[시론] 한·호주 FTA 국회 비준동의 서둘러라
지난 10여년간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 통상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 및 거점국과의 FTA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한국의 FTA 추진 최우선 목표는 체결 상대국에 대한 수출 확대를 들 수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수출 역량이 낮은 중소기업의 수출 역량을 확대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FTA의 중요한 기대효과로 꼽혔다.

이런 목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됐는지는 한국의 기업별 수출 실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007~2013년 국내 중소기업의 FTA 체결 대상국에 대한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대(對)칠레 수출은 연평균 11.5% 증가율을 기록했고, 아세안에 대한 중소기업 수출도 같은 기간 연평균 9.9%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전체 수출 중소기업 중 칠레에 대한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 비중도 2007년 1.5%에서 2013년 2.6%로 증가했고, 아세안에 대해선 25.6%에서 35.7%로 크게 늘었다. FTA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콜롬비아, 호주, 캐나다와의 FTA 등 3건의 FTA가 국회 비준동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한·호주 FTA는 중소기업의 대호주 수출에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유로는 첫째, 한·호주 FTA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호주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호주는 2005년 태국 및 미국과의 FTA를 발효했고, 아세안과의 FTA도 2010년 발효됐다. 이는 호주 시장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하는 국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대호주 수출에 악재로 작용했다. 2007년 대호주 수출에서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에 달했으나 2012년 12.6%, 지난해에는 10.7%로 떨어졌다. FTA를 통해 호주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면 중소기업의 대호주 수출은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호주는 1인당 한국 제품 수입액에서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호주 수출은 약 96억달러로 수출국 순위에서 13번째다. 절대적인 수출액에선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시장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지만 총 수출액을 수입국 인구로 나눈 1인당 수입액에서 호주는 약 405달러로 중개무역국가인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은 1인당 수입액을 기록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호주의 구매력은 높은 수출잠재력을 보여준다.

지난 4월 정식 서명된 한·호주 FTA는 이제 국회 비준동의만을 남겨놓고 있다. 국회에서의 다각적이고 면밀한 검토와 피해 부문에 대한 지원 대책 수립은 비준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러나 한·호주 FTA는 호주와 일본 간의 FTA가 우리에 앞서 발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4월1일이 회계연도 시작일인 일본은 내년 4월 이전에 호주와의 FTA가 발효될 경우 2015년 4월1일부터 발효 2년차 관세철폐 스케줄이 시작된다. 반면 1월1일을 회계연도 기준일로 삼는 한국은 일본보다 먼저 비준을 하더라도 2015년 1월1일을 넘겨 비준되거나 발효될 경우 일본에 비해 호주의 관세 철폐에서 1년이 뒤지게 된다.

어렵게 체결한 FTA가 국내 요인으로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한·호주 FTA 국내 비준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전략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김한성 <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hkim1@aj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