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잇따른 실적쇼크에 한국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제조업은 원화 강세 등 악조건을 만나 성장률을 도리어 끌어내렸다. 내년 4%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암담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뒷걸음질 친 수출

[경고음 커지는 경제] 기업 실적 악화→투자 부진→경기 둔화…내년 4% 성장 '빨간불'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성장률 0.9%(전기 대비)는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이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2분기 성장률이 0.5%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조금 개선됐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2%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3.9%) 2분기(3.5%)에 이어 2분기 연속 성장폭이 감소한 것이다.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끌어내린 바 있다. 세월호 사고 등으로 인한 경제심리 부진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한은은 1~3분기 성장률이 평균 3.5%에 해당하는 만큼 4분기가 관건이라 보고 있다.

전체적인 숫자보다는 내용이 문제였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과 제조업이 위기를 드러낸 것이다. 3분기 수출은 액정표시장치(LCD)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2.6% 감소했다. 2008년 4분기(-4.3%)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수출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도 작년 3분기(-1.1%) 이후 1년 만이다.

○살아나지 못한 투자심리

상반기 내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온 만큼 충격은 컸다.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등 기업들의 해외 현지생산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이 단순 가공조립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중국을 경유한 가공·중계무역에서 한국이 점차 밀려나고 중국의 몫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와 원화 강세 탓에 기업들의 수익성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파업 등 특수요인까지 겹치며 수출 발목을 잡았다.

최근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표 수출 기업들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발표한 것도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3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분기보다 0.9%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2.4%) 이후 처음이다.

수출·제조업의 수익성 악화가 기업들의 투자심리와 투자여력을 약화시킬 경우 경기 회복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2분기 가계소비 위축이 문제였다면 하반기는 기업심리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4% 성장 가능할까

2분기 1.1%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3분기 마이너스 0.8%로 돌아섰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항공기 도입 대수가 줄어들고 자동차 관련 투자가 감소하는 등 운송장비 투자가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은 결국 투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앞으로도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회복이 늦어진 가운데 가격경쟁력마저 떨어져 제조업의 고성장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3.7% 성장한 뒤 내년에는 4.0%의 성장률을 회복하겠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은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잡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저성장이 길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징후가 안 좋은 건 내수회복세가 계속 비약한 가운데 설비투자까지 마이너스라는 점”이라며 “기업 투자심리를 살려낼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