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복합할부금융상품’을 둘러싸고 자동차와 금융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은 ‘거래 중단’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라는 카드까지 내놓으며 정면충돌 양상을 보인다. 접점 없는 대치 상황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결국 카드 사용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 복합할부금융상품은 쉽게 얘기하면 자동차 구매자가 할부로 차를 사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상품으로 2010년부터 본격화 됐다.
車업계 "하는일 없이 수수료 폭리" vs 카드사 "소비자 이익에 부합"
차 구매자 입장에서는 금융사에 돈을 할부로 낸다는 점에서 기존의 할부 구매와 다른 게 없다. 다만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에 돈을 미리 주는 주체가 할부금융사가 아니라 카드사가 된다.

카드사는 대금을 결제한 다음날 할부금융사로부터 돈을 받고, 할부금융사는 나중에 구매자로부터 할부로 조금씩 돈을 상환받는 구조다.

○차업계 “리스크 비해 수수료 과도”

문제는 카드사가 거래관계에 개입하면서 적잖은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자동차업계는 카드사가 하루짜리 리스크 없는 자금융통사업으로 1.9%의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측은 “리스크가 비슷한 체크카드 권장 수수료율(0.7%)로 낮추자”고 협상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수수료로 지난해 8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카드사들의 반응이 없자 지난 23일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이달 말로 계약 중단에 들어간다고 통보했다. 앞으로 KB국민카드로 차 대금을 결제하면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국산차와 수입차들도 마찬가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지난 6월 자동차산업협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에 상품 허가 취소를 건의한 데 이어, 지난 20일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도 수수료율 현실화를 위한 조정을 요청했다.

○카드사 “일방통행식은 안돼”

현재 삼성카드 등 6개 신용카드사가 7개 할부금융사와 연계해 이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의 가맹점 해지가 일방통행식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영세 가맹점도 1.5%를 내는데 현대차 같은 우량업체가 0.7%를 요구하는 것은 수수료율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KB국민카드는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점을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현대차에 강력 대응하는 배경에는 업계 선두인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 현대카드는 올초 그룹 측의 결정으로 복합할부금융상품 취급을 중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시장의 41%를 점유하는 부동의 1위였다. 할부금융쪽에서는 현대캐피탈이 현대차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핵심은 수수료율

삼성카드 등이 2010년부터 중소 캐피털업계와 손잡고 나서면서 복합할부상품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할부금융, 고객, 차 판매자에게 모두 좋은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카드사는 자동차 회사로부터 1.9%의 수수료를 받은 뒤 0.53%포인트를 갖는다. 캐피털사는 카드사에서 나머지 1.37%포인트를 받아 복합할부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데 활용한다. 결국 자동차 회사가 낸 수수료로 카드사와 고객 등 4자가 ‘행복한’ 상품 구조 때문에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자동차업계는 위험이 없는 자금중개이니 만큼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권장 수수료율 수준(0.7%)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1.5%지만 0.7%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있다. 금융감독원 측은 현행 체크카드 수준인 1.5% 선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양측 의견 조율에 나서겠지만 현대차가 불응할 경우 고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수진/이지훈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