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짝 웃는 윤종규 내정자 > 윤종규 KB금융 지주회장 내정자가 2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팩트 제공
< 활짝 웃는 윤종규 내정자 > 윤종규 KB금융 지주회장 내정자가 2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팩트 제공
“압도적인 프레젠테이션(PT)으로 사외이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한 위원은 22일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K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윤 내정자가 다른 후보자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PT를 잘했다는 것이다. 그는 “KB금융의 과제와 비전 설명에서는 모든 사외이사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고 전했다.

○내부 출신 약세 점쳐졌지만

윤 후보가 회장으로 내정되기까지 KB금융의 회장 후보 선출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지난 5월 국민은행 전산 교체와 관련한 갈등으로 촉발된 ‘KB사태’는 KB금융 이사회가 지난달 17일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면서 일단락됐다.

외부 낙하산 최고경영자(CEO)들 간 갈등이 KB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당초 차기 회장은 KB금융 내부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2일 8명의 1차 압축 후보군이 발표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막강한 외부 출신 인사들이 후보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명단 발표 후 금융권에서는 외부 출신 인사들의 회장 선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국민은행 노조가 내부 출신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후 ‘노치(勞治)’ 논란까지 일며 내부 출신 후보들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특히 지난 16일 4명으로 압축된 2차 후보군에 처음부터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 온 하 행장이 포함되면서 이번에도 내부 출신은 어렵다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윤 내정자, 압도적 PT로 ‘승리’

상황이 역전된 것은 이번주 들어서다. 회추위원인 사외이사들 간 분위기가 확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후보에 대한 정치권 지원설이 불거지면서 사외이사들 사이에 “이번에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면 정말 끝”이라는 말들이 오갔다.

덕분에 내부 출신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윤 내정자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그는 최종면접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드러냈다. 한 회추위원은 “윤 내정자의 진정성에 감동받았다”며 “대부분의 회추위원들이 ‘될 만한 사람이 됐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사상 첫 내부 출신 회장 탄생까지는 회추위원들의 역할도 컸다.

과거엔 사외이사들의 표심이 사실상 공개되면서 서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엔 달랐다. 검표를 맡은 김영진 회추위원장과 김영과 이사를 제외하고선 각자 표심 보안이 유지돼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있었다.

○KB 내부 “일제히 환영”

윤 내정자는 이날 인삿말 자료에서 “KB 가족과 함께 한 마음 한 뜻으로 화합을 이뤄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또 “선도금융그룹으로 재도약시켜 주주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내정자 소식에 KB금융 임직원들은 크게 환영했다. 한 직원은 “상식이 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통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KB가 관치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했다.

김일규/장창민/박신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