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검투사' 김종훈은 응답하라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이 지난 1일 한국으로 날아왔다. 호주 의회가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한 다음날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호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한국 국회도 한·호주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달라는 게 그의 인터뷰 요지였다.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11월 한·중·일 순방에 나선 롭 장관은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는 당시 “한국과 가장 먼저 FTA를 체결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빈말이 아니었다. 호주는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도입을 수용했다. 호주의 전향적인 양보에 한국은 5년간의 줄다리기를 끝내고 작년 12월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한·호주 FTA 비준은 하세월

호주가 동북아 국가 중 한국과 맨 처음 FTA를 체결하고, 롭 장관이 국회에 한·호주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호소한 것은 이유가 있다.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로 미국과 EU 기업들에 선점당한 한국 시장을 만회하려는 포석이다.

그렇게 타결된 한·호주 FTA는 반드시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돼야 우리 기업들이 관세 인하와 철폐 혜택을 본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9월16일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은 정쟁에 묻혀 아직도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부는 국정감사 기간이 종료된 뒤 오는 28일이나 29일부터 국회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나 조속한 비준은 불투명하다. 국회가 다시 당리당략에 빠져들어 일본에 앞서 4개월이나 일찍 타결한 호주와의 FTA를 일본 국회보다 늦게 비준한다면 국익 손실은 자명하다. 국회 비준 경쟁에서 역전당해 일본이 올해 중 발효하고 한국이 내년에 발효하는 최악의 경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일본 기업에 호주 시장을 선점당하면 한국 기업들이 5년간 확보할 수 있는 수출액이 26억9000만달러에서 1억5500만달러로 쪼그라든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익이 교차할 수 있는 시점에 아쉬운 한 사람이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서울 강남구을)이다. 그는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고 체결한 주인공이다. 수석대표에 이어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며 한·미 FTA 협상을 최전선에서 지휘했다. 피 말리는 협상을 최전선에서 온몸을 던져 국익을 챙긴다고 해서 ‘검투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검투사가 전문성을 살릴 때

국민들은 그렇게 쌓인 신인도와 전문성을 후하게 평가했다. 그는 2012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했다. 때마침 한국은 지난해부터 호주, 캐나다와 FTA를 타결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저울질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글로벌 통상영토를 확대해왔다. 그가 통상 전문가답게 동료 의원을 설득해 한·호주 FTA 비준을 주도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그는 비록 정무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FTA에 대한 애착과 열망은 식지 않았다. 지난해 3월 한·미 FTA 발효 1주년을 맞아 아리랑TV에 출연해 FTA의 정치·경제적 의미를 되짚었다. 올해 8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땐 한·중 FTA가 타결되면 양국 시장과 국민 간 거리가 좁혀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 의원은 FTA 협상과정에서 1달러의 국익이라도 지키고, 1달러의 국익이라도 새로 만들어낸 ‘검투사’였다. 한·호주 FTA가 가져다줄 국익 총량을 모를 리 없다. 조용히 비준에 찬성 한 표를 던지는 것으로 결코 만족하지 않을 그다.

김홍열 경제부 차장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