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2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01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조개혁과 수요 진작을 통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을 탈출해야 한다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2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01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조개혁과 수요 진작을 통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을 탈출해야 한다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 대도약] "공공·노동·서비스 규제 개혁 나서야 경제 살아난다"
최경환 경제팀 100일의 평가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전문가 50명이 주문한 과제는 ‘구조 개혁’과 ‘기업 현장 중심의 정책 개발’에 모아졌다. 시장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의지는 충분히 전달된 만큼 앞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전문가들은 투자와 소비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 국회 설득해야”

경기 회복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묻는 주관식 설문에 응답자 50명 중 32명(64%)이 구조 개혁(경제 구조조정 및 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재정정책, 금융정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제의 구조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한국 경제 대도약의 성패는 노동시장 개혁, 서비스 규제 개혁 등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구조 개혁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정치인으로서의 연륜을 충분히 발휘해주기를 기대했다.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구조 개혁은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없다”며 “여야를 아우르며 정치권에 몸 담았던 최 부총리가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경제주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정 부분 고통을 감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특히 경기 활성화 대책에 묻혀서 공기업 개혁이 약해지는 일이 있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목소리 더 들어라”

전문가들은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중 보완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포함한 ‘가계소득 증대’ 방안과 ‘기업투자 심리 증진’ 대책을 꼽았다. 각각 응답자의 44%(복수 응답 가능)가 선택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은 실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최경환 경제팀은 아직 기업 투자 부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선 기업인에게 유독 가혹한 형벌 조항을 재검토하는 등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오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물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선 정부가 이벤트, 포퓰리즘, 장밋빛 구호, 표심 잡기로부터 벗어나 현실을 제대로 알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 현장에 있는 진짜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육성 정책과 규제 완화도 보완이 시급한 분야로 꼽혔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서비스산업의 고급화, 개방화를 통한 수요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한강변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설치하는 등 보다 과감한 관광객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