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그랜저·SM5·말리부'. 국산 디젤 세단 삼인방간 판매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종전 가솔린 세단만 팔던 3개 차종은 올 들어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이들 차종은 수입차 디젤 열풍이 국산차로 옮겨가고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았다. 올 3월 한국GM의 중형 세단 말리부가 '디젤 카드'를 꺼내 인기를 끌었다. 지난 6, 7월 현대차와 르노삼성이 준대형 그랜저 디젤과 중형 SM5 디젤로 반격에 나섰다.
그랜저 SM5 말리부, 국산 디젤차 승자는 누구 ··· 말리부 '질주'
◆ 말리부 디젤 인기 '쭉' ‥ 인지도 올라 가솔린도 판매 늘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그랜저, SM5, 말리부 등 디젤 승용차 3종은 1200여 대씩 팔렸다. 그랜저는 1208대, SM5는 1180대, 말리부는 1237대 판매됐다. 누적 판매량에서도 말리부 디젤이 4225대로, 그랜저(4183대)를 앞서고 있다.

디젤 승용 열기에 불을 붙인 선봉장은 쉐보레 말리부다. 말리부는 출시 후 한달 만에 3000대 주문을 받으면서 중형차 시장에서 부진하던 말리부를 히트상품 반열에 올려놨다.

가솔린 판매분을 포함한 전체 판매량만 놓고 보면 말리부 디젤의 성적이 눈에 띈다. 9월 말리부 전체 판매 2380대 중 디젤 비중은 52%를 차지했다. 그랜저(디젤 20%)와 SM5(디젤 47%)보다 디젤 선호도가 높다.

한국GM 관계자는 "디젤 효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가솔린 모델까지 덩달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며 "디젤 출시에도 불구하고 가솔린 판매는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그랜저·SM5 디젤 늘고 가솔린 줄고

현대차와 르노삼성은 그랜저와 SM5 디젤 출시 이후 가솔린 판매가 떨어지고 있다. 두 차종은 일부 고객들이 디젤 차로 몰리며 신규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

그랜저는 7월 판매량 8982대를 기록한 이후 8월과 9월에는 각각 6784대, 6210대 팔렸다. 디젤이 추가됐지만 판매량이 더 떨어졌다. SM5는 지난달 2514대 팔려 전년 동기의 2500대와 비슷한 실적을 올렸다. 디젤 물량 1180대를 제외하면 가솔린 판매는 더 줄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디젤 인기로 가솔린 고객이 줄어들긴 했다" 며 "올해 국산차 시장에서 중형 세단 수요가 작년보다 줄어든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 디젤차 수요 13.5% 성장 ··· 신규 등록 가솔린 추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등록 자동차는 디젤 차가 총 67만2025대로 전년의 59만2083대보다 13.5% 증가했다.

전체 신규등록 차량 총 154만3564대 중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3.5%로, 42.5%를 기록한 가솔린차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국산 디젤 승용차 시장이 내년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의 높은 연비와 환경 친화성으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 이라며 "과거 디젤차의 단점으로 부각되던 소음 문제가 해결된 것도 디젤 수요 증가에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