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R&D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캐리U’. 가방 크기로 접었다 펴서 탈 수 있다.
현대차 R&D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캐리U’. 가방 크기로 접었다 펴서 탈 수 있다.
경기 화성에 자리 잡은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가 7일 연 ‘2014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양웅철 연구개발(R&D) 담당 부회장을 비롯해 연구소 임직원 500여명이 이른 점심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여 동료들이 출품한 아이디어 제품을 보며 때론 탄성을, 때론 폭소를 터뜨렸다.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남양연구소가 직원들의 톡톡 튀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2010년부터 시작한 행사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날 본선 행사에는 7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10개 팀이 참가했다.

아이디어 경연을 거쳐 뽑힌 대상작은 미니밴 카니발을 개조한 스페이스포머. 미니밴 이용자들이 야외활동 때 많이 쓴다는 점에 착안해 아웃도어용으로 개조했다. 측면 문을 옆으로 열지 않고, 위로 들어 올려 차양막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내부 의자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게 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또 떼어낸 시트는 전기충전식 모터를 달아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양 부회장 등 심사위원들은 “당장 양산차에 써먹을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가로세로’는 동료 연구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차량은 4개의 바퀴가 각각 360도 회전이 가능해 전후좌우 이동이 자유롭다. 특히 평형 주차 때는 주차 공간 옆으로 가서 바퀴 방향을 90도 방향으로 돌려놓고 차를 공간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동료 연구원들이 탄성을 터뜨린 대목은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때의 차량 변신이다. 조수석이 운전석 위로 올라가면서 차폭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좁은 골목길 이동에 전혀 문제가 없게끔 변했다.

‘캐리U’는 여행 가방만 한 크기의 휴대용 이동 수단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이 들고 다니다 지쳤을 때 간단한 조작으로 오토바이처럼 탈 수 있게 만들었다. 같이 최우수상을 탄 ‘골든타임 레스큐’는 폭우나 폭설, 산사태 등의 상황에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바퀴를 단 구조용 차량으로, 버튼을 누르면 바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특허기술을 적용했다. 또 수상 구조 때는 물에 뜨는 부양용 바퀴로 갈아 끼우고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본선에 오른 10개 팀에 제작비와 함께 제작 공간 등을 지원했고, 연구팀들은 약 4개월간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했다.

양 부회장은 “지원도 많지 않은데 연구원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4~5개월 만에 이런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작들을 국내외 모터쇼와 각종 사내외 행사에 전시해 연구원들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홍보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우수한 연구개발 능력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