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2년 전 방한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판매 부진으로 부산공장의 생산량이 급감한 르노삼성자동차에 뜻밖의 선물보따리를 꺼냈다.

닛산차 로그 후속(2세대 모델)을 부산공장에서 만들어 오는 2019년까지 연간 8만 대씩 북미 시장으로 수출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신차 사이클 주기(평균 6년)에 맞춰 로그 물량을 르노삼성이 확보하면 부산공장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겠다는 '리바이벌 플랜'(회생 계획)의 일환이었다.

'코스트 커터(비용 절감기)'로 유명한 곤 회장이 당시 갖고 온 선물이 본격적인 신호탄을 알렸다. 로그 수출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 지난 26일 부산 신항만을 가보니 수출길에 오를 700대의 로그가 첫 선적을 기다렸다.

이정국 르노삼성 홍보팀장은 "첫날 700대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우선 4000대를 수출한다" 며 "로그 수출로 연간 중장기 생산목표의 30%에 달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로그의 월 수출 물량을 7000여 대로 잡았다. 올 연말까지 2만5000대, 내년부터 8만 대의 로그를 북미로 수출하게 된다.
부산 신항만에서 르노삼성이 만든 닛산 로그가 북미 수출길에 오르는 장면. (사진/르노삼성 제공)
부산 신항만에서 르노삼성이 만든 닛산 로그가 북미 수출길에 오르는 장면. (사진/르노삼성 제공)
이날 부산공장 조립라인에 들어서자 컨베이어 벨트 위로 로그 차체(섀시)가 주요 부품 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그는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함께 조립하는 혼류 생산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최근 로그가 합류하면서 SM시리즈, QM5 등 종전 5개 생산 차종은 6개로 늘어났다.

부산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30만 대다. 하지만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생산 물량은 13만대로 감소했다. 올해는 판매가 살아나고 로그 물량이 추가되면서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난 15만5000대(내수 6만2000대, 수출 9만3000대)를 생산 계획으로 잡았다. 내년에는 로그 수출로 30% 물량 확보가 가능해져 19만 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부산공장은 주야 연속 2교대 근무로 운영된다. 8시간씩 하루 16시간 공장이 돌아간다.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55대로 현재 하루 816대를 생산한다. 이중 로그는 일 평균 230대씩 생산할 예정이지만 주문량에 따라 최대 45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강준호 조립1팀 부장은 "다음주부터 주야간 각각 1시간씩 잔업할 예정" 이라며 "근무 시간을 늘리는 이유는 르노 수출 차량이 많아졌고 로그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 상황을 봐서 주말 특근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북미에서 출시된 뉴 로그를 한 해 8만 대 규모로 공급하는 배경은 미국 닛산 공장의 생산 물량이 부족해서다. 로그는 전세계 100개국으로 수출된다. 닛산 미 공장은 연간 로그 생산대수를 10만∼12만 대 정도로 계획했으나 북미 지역에서만 올해 15만 대 가까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공장에서 만든 로그는 품질이나 가격 등이 미국산 제품과 동일하다. 수출형 로그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 국산화율은 70% 이상 높였다.

오직렬 제조본부장(부사장)은 "로그는 닛산 방식으로 개발됐다" 면서 "닛산 본사에서 부산공장을 방문해 미국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는 각종 기능과 정숙성 등 품질 부문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