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이른바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에 대한 정부나 감독당국의 인사 및 경영 개입은 여전하다는 비판이 많다. ‘제2의 KB사태’를 막으려면 똑 부러지는 이유도 없이 금융사 CEO 퇴진에 개입하고 경영에 간섭하는 ‘관치금융’을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올 들어 모피아 출신 금융사 CEO는 찾아보기 힘들다. 올초 관료 출신인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물러나고 김한조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시중·지방은행 등 17개 국내 은행(수협 제외)의 은행장을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이 모두 맡는 ‘관료 출신 은행장 제로 시대’가 열렸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선 신한 하나 우리금융 회장이 민간 출신이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만 관료 출신이다. 임영록 회장의 경우 ‘직무정지 3개월(중징계)’ 조치를 받아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관료 출신이 배제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금융사 중 관료 출신으론 임종룡 회장 한 명만 남게 된다.

관료 출신 CEO는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주인 없는’ 금융사를 상대로 한 인사 개입 등 관치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6월 이장호 전 BS금융 회장의 퇴진 논란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 전 회장에게 ‘너무 오래 했다’는 이유로 물러나라고 했다. 일각에선 특정인을 BS금융 회장에 앉히기 위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근 들어선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남겨둔 김기범 대우증권 사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최대주주인 산은금융지주 측과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가 김 사장의 퇴진에 개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누구를 KB금융 회장으로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임 이후 금융당국이 인사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