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을 대폭 올리겠다고 밝힌 이후 전국 편의점에선 담배를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자, 도·소매인의 ‘사재기’를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일반 소비자의 사재기에 대해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

11일 서울시내 A편의점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가 예고된 며칠 전부터 담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발표 하루 전인 10일 담배 판매량은 1주일 전보다 32.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A편의점 관계자는 “통상 담배 판매량이 전주 같은 요일보다 1%가량 증감하는 것과 비교하면 10일은 유난히 증가 폭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B편의점에서도 10일 담배 판매량이 지난주 수요일과 비교해 31.2% 늘었다. B편의점 관계자는 “담배는 평소 매출에 크게 변동이 없는 상품으로, 그 폭이 보통 5%를 넘지 않는다”며 “10일은 휴일이어서 평일인 전주 수요일(3일)과 비교하면 오히려 판매가 줄었어야 하는데 반대로 됐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최근 담배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C대형마트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담배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직전 한 주간보다 1.5배로 늘었다.

마트 관계자는 “최근 담배 판매량이 늘어난 데는 사재기보다 추석 연휴 영향이 크기도 하지만 일부 점포에서 사재기에 대비해 발주량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여당에 보고한 이후 담배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흡연율을 낮추려면 담뱃값을 4500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고 밝힌 이후 이뤄진 조치다.

정부는 제조업자 등의 담배 불법 사재기가 적발될 경우 2년 이상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하는 부분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제재할 방안이 없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