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이후 한 달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세 배 이상 급증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이후 한 달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세 배 이상 급증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지난 8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세 배 이상 급증했다. 대출액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 비해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권 중심으로 증가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가계가 ‘대출 갈아타기’를 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중심으로 증가

LTV·DTI 완화 한 달…주택대출 3배↑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1일 LTV와 DTI를 완화한 이후 31일까지 한 달간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의 월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조5000억원인 것에 비해 증가폭이 세 배 이상 크다. 늘어난 금액 중 비은행권에서의 대출 증가액은 400억원에 그쳤다. 올해 비은행권의 월평균 대출 증가액(약 5000억원)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는 업권이나 지역에 따라 50~85%로 달랐던 LTV와 50~60%로 차등화됐던 DTI가 지난달 1일부터 업권 등에 관계없이 각각 70%와 60%로 단일화된 데 따른 것이다. 대출한도에 걸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릴 이유가 사라지자 신규 대출이 은행권에 집중됐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가구들이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대출을 대거 갈아탔다는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를 반영해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도 8월 한 달간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월평균 증가액 2조7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 잔액은 385조3000억원이었다. 전월 대비 4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그 폭이 2012년 12월(4조6000억원)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크다.

한승철 금융시장팀 차장은 “주택거래량이 증가하고 유동화조건부 적격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론 취급이 늘어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가계소비 제약 우려도

주택담보대출 급증은 주택시장 활성화의 조짐으로 해석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 관련 대출 증가는 시차를 두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2004년 이후 10년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높아지면 2개월 후 주택가격 상승률이 따라 올라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데 실제 주택을 구매하려는 실수요층의 증가를 반영한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계빚 증가가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불능으로 이어져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위험은 상당히 적다는 진단이다. 가계빚 총액 중 상당 비중이 중·고소득층의 몫이라 연체 가능성이 낮고, 금융사들은 주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것이어서 손해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낮은 민간소비 증가율 둔화가 문제다. 가계가 보유한 빚의 총량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져 소비여력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소득 증가율이 높지 않다”며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각종 대책들이 더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