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연인산으로 간 혼다 파일럿, 오프로드 운전이 짜릿하다
[ 김정훈 기자 ] 직장인들이 자가 차량을 끌고 산속의 오프로드(비포장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승용 아닌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막상 운전해도 하체가 손상될까봐 꺼리게 된다. 요즘 나오는 SUV는 멋스런 디자인을 앞세운 도심형 모델이 많아서다.

혼다 파일럿은 오프로드 재간꾼이다. 서울 시내에서 장점을 찾기 어렵던 차가 산으로 가면서 재능을 보였다. 지난 주 파일럿을 타고 경기도 가평 칼봉산과 연인산을 잇는 8㎞ 오프로드 구간을 달렸다.

시승 코스는 산악지대다. 산속 캠핑을 즐기는 여행객이 아니면 굳이 찾아가고 싶지 않은 비포장 길이다. 크고 작은 돌이 수두룩한 험로와 물살이 거센 계곡을 달렸다. 운전하는 동안 차가 흔들리고 시트 아래 울퉁불퉁 충격이 잦았지만 운전하는 기분이 짜릿하다.

다행히 칼봉산 산길은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많진 않았다. 오프로드 전용 튜닝을 하지 않은 파일럿이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는 길이다. 오프로드 운전시 네 바퀴에 구동력이 모두 전달되는 4륜 구동(4WD)의 장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분명 승용차로 도전하기엔 무리가 있는 코스다.

칼봉산 오프로드 코스는 내비게이션 지도에도 검색이 되질 않았다. 휴대폰 통화도 어려운 외진 곳이다. 오프로드를 달리던 도중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출연했던 강호동의 1박2일 촬영장(경반 분교 캠프장)도 만났다.

가평 읍내까지 이동할 땐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려봤다. 차가 시끄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타보니 SUV치곤 조용하다. 가솔린 엔진 덕분이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도 엔진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핸들 반응이 무겁지 않아 한 손으로도 운전대 조작이 편했다.

파일럿은 기아차 모하비와 닮은 '박스형' 대형 SUV에 속한다. 덩치가 크고 단단해 보여서인지 겉모습만 봐도 오프로드를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57마력, 최대토크 35.4kg·m의 힘을 내는 6기통 3471cc 가솔린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실내 공간은 널찍하다. 접이식 3열까지 시트가 장착돼 성인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넓이 1995mm, 높이 1840mm로 모하비(전폭, 1915mm, 전고 1810mm)보다 몸집 사이즈는 약간 크다.

지난해 파일럿은 북미 시장에서 12만6678대 팔렸다. 혼다가 북미 전략형 모델로 개발한 만큼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올 초 미국 자동차 조사기관 켈리블루북(KBB)이 꼽은 베스트 패밀리카 12종에 포함됐다. 지난 6월 소비자 월간지 컨슈머리포트가 분석한 3열 승차 공간이 뛰어난 SUV로 평가받았다.

다만 국내에선 내외관 투박한 디자인과 플라스틱 내장재 사용 등으로 소비자 호응이 낮다. 가격 경쟁력도 좋은 편은 아니다. 동급 모하비는 3000만 원대 후반에서 4000만 원대 중반 사이 형성돼 있다. 파일럿 가격은 4950만 원.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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