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23건 증가…"이제는 '대못' 규제도 들여다봐야"
정부 "안전규제만 늘었을 뿐…규제 증가속도 확연히 늦춰져"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끝장토론을 벌인지 5개월이 지났지만 규제는 줄지 않은채 되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재계 및 정부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 노력과는 달리 중앙부처의 등록규제는 14일 현재 1만5천326건으로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있었던 올 3월 1만5천303건에 비해 23건이 늘었다.

등록규제는 지난해 9월 1만5천165개, 12월 1만5천260개, 올해 2월 1만5천311개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규제개혁을 위한 '끝장토론'도 이 흐름을 되돌리지 못한 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폐쇄회로 TV 설치기준 및 안내판 설치'(국토교통부), '선박평형수 교육기관 지정'(해양수산부) 등 안전 및 소비자 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된 영향이 컸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차 회의 이후 늘어난 규제는 세월호 사태로 국민 생명과 관련된 안전 규제 중심"이라며 "국민생활 및 사회 분야의 안전 규제만 다소 증가했을 뿐 실질적으로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3월 17일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당시 논의됐던 52개의 현장 건의 과제 가운데 해결된 과제는 일반 화물차의 푸드트럭 허용 등 14건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대부분 '손톱 밑 가시' 수준이다.

나머지는 규제개혁 절차가 진행중인 사안이 25건, 국회 법안 심의중인 사안이 7건, 지연되고 있는 과제는 6건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들어 규제의 증가속도가 예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들어 1∼7월간 신설 규제는 57개로 지난 한해 신설 규제 300여건에 비해 증가속도가 늦춰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20일 박 대통령 주재로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보다 더 내실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 일정을 늦추기로 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2차 회의를 앞두고 그간의 규제개혁 실적을 점검한 결과 완료된 과제가 절반도 미치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서 회의 일정을 연기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고 말했다.

기존 규제에 대한 미진한 개혁상황과는 달리 기업들이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되는 규제들이 또다시 마구 양산되는 상황이다.

최근 도입, 또는 실행이 논의되는 규제는 사내유보금 과세 외에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저탄소차 협력금제, 고용형태 공시, 대형마트 영업제한 확대 등이 꼽힌다.

한 대기업 간부는 "최근 논의되는 제도들도 당연히 규제에 해당한다"며 "기업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나 파급될 영향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마구잡이로 양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강영철 규제조정실장은 "각 부처와 협의를 통해 줄여야 할 등록규제 980건을 발굴했다"며 "한편으론 국민 생명이나 안전 등을 위한 규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980건의 감축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현재 진행중인 규제개혁의 양적, 질적 감축효과는 연말이 되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규제를 10% 줄인다는 약속을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철폐 노력 외에도 그동안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했던 핵심 규제에 대한 과감한 혁파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규제를 '암덩어리'로 규정하며 "겉핥기식이 아닌 확확 들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처럼 제도 속에 뿌리박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대못' 규제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규제의 총량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 규제를 개선하는 질적 정책이 병행돼야 경제활성화와 기업 투자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규제개혁 성과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 투자규제, 노사규제, 기업규모별 규제, 영업활동 규제를 '4대 성역규제'로 지목하며 이들 핵심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