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 넘는 보험사기] "보험사기 용인할 수 있다" 35%…허술한 준법정신도 한몫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5190억원으로 사상 처음 5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4533억원)보다 14.5% 늘었다. 5년 전인 2009년(3305억원)에 비해서는 57% 급증했다.

보험 범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보험사기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보다 훨씬 관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점을 꼽는다. 설사 불법이거나 편법이라 한들, 힘든 서민이 큰 보험사에서 보험금 좀 받아내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는 인식이다. 허술한 준법정신이 보험사기 확산의 주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 범죄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한국 사람의 너그러운 기준이 잘 드러난다. 보험연구원이 서울 경기 거주자 803명을 방문,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면접조사한 결과 24.3~35.8%가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용인’은 특정한 보험 범죄 행위를 ‘항상’ 또는 ‘대부분’ 그리고 ‘가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총칭한다.

유형별로는 손실을 과장하는 행동에 대한 용인도가 35.8%로 가장 높았다. 사고로 타박상을 입은 뒤 평소 앓던 허리 질환까지 치료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의 ‘편승 치료’(34.8%), 가입시 불리한 내용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고지의무 위반’(32.3%) 등에 대해서도 상당수 소비자는 관대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업장에 불을 내는 등의 ‘고의사고 유발’은 용인도가 가장 낮았다. 그래도 24.3%로 네 명 중 한 명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반면 미국 소비자의 보험사기에 대한 용인도는 항목별로 2.2~4.9%로 한국 사람보다 훨씬 엄격했다. 32개주 60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손실 과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용인도는 4.9%로 5%에도 못 미쳤다. ‘편승 치료’와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용인도 역시 각각 3.2%와 2.2%에 불과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자의 보험사기 용인도가 미국보다 높다는 것은 법적, 제도적 측면의 처벌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