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횡보세를 보이던 세계 금융시장에서 지정학적 위험과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 확대 등으로 하방 조정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승세를 탔던 세계 주식·채권시장은 하반기 들어 방향성을 잃고 높은 수준에 형성된 박스권에 갇혔다.

MSCI 전세계지수(AWCI)는 올해 상반기 5% 뛰어올라 지난달 3일 433.79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한 달간 430선(427∼433)에서 횡보했다.

지난해 수직 상승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5월까지 0.6%포인트 떨어졌다가 이후 두 달여 동안 2.44∼2.66%를 오가고 있다.

시장의 횡보로 변동성 지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달 3일 7년여 만의 최저치인 10.32를 찍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가 집계하는 투자자신뢰지수도 지난 3월 이후 100 이상으로 위험자산 선호를 지속하는 가운데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횡보는 세계 경제의 더딘 회복, 국제 정세 불안, 신흥국 금융불안이 이어졌으나 각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금융시장에서 호재와 악재가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아르헨티나·포르투갈·중국 등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이 박스권에서 벗어나 약세로 돌아섰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SCI 전세계지수는 이달 8일까지 7거래일 만에 2.88% 떨어졌으며 VIX는 지난 1일 17.03까지 올라갔다가 16선에서 움직이는 등 꿈틀거리고 있다.

앞으로 선진국 통화정책과 금리 변동 등 세계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망도 시장 조정에 대한 관측을 키우고 있다.

안남기·김윤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국제금융시장 내 상방보다는 하방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세계 주가가 일부 조정을 보이고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하는 신호가 추가 조정 확대로 이어질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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