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과 문창용 조세정책관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과 문창용 조세정책관이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늘려왔던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혜택을 내년부터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영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한 해 법인세를 3000억원 더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국내 모회사가 국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주어지는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범위를 큰 폭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부터 해외 손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해선 국내 모회사의 법인세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회사 인정 기준을 현행 지분 10% 이상에서 25%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

이는 정부가 1995년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지원을 축소한 것이다. 정부는 2008년 해외 손자회사까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공제 대상인 국외 자회사의 지분율 기준을 25%에서 20%로 완화했고, 2010년에는 해당 기준을 20%에서 10%까지 낮추는 등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영확대를 독려해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국부를 벌어오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늘려오다 보니 국내 투자와 비교해 국외 투자에 대한 혜택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든 해외에 투자하든 세제 혜택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은 정부의 세제 지원에 힘입어 그동안 해외 손자회사를 적극 늘려왔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해외 손자회사는 174개사에 이르고 포스코그룹(127개사), 현대차그룹(82개사)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은 세율이 낮은 국가에 중간지주회사 격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운 뒤 특정 국가에 손자회사를 세워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회사 지분율 기준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해외자원개발 기업은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자회사 지분이 25%를 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손자회사를 자회사로 끌어올리려고 해도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분 양도 등에 따른 제반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업들이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지원 축소로 추가로 안게 될 연간 세금 부담은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아울러 해외 자회사에 대한 유보소득 과세도 강화하기로 했다. 과세 대상 자회사를 판단하는 기준(지분율 50%)을 정할 때 내국인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산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세금은 현재 600억원대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국제적인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은 경우 자회사가 외국에서 납부한 법인세를 감안해 모회사의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