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임직원의 일 처리가 잘못된 결과로 이어져도 공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일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 ‘적극행정 면책 제도’가 도입됐다. 책임 추궁이 두려워 의사결정을 꺼리는 공기업 특유의 ‘보신주의 관행’을 없애고 소신껏 업무를 처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공기업과 협회 등의 임직원에 대한 ‘적극행정 면책 조항’을 감사규정에 신설, 시행에 들어갔다. 신설 조항은 금융위가 공기업과 협회 등에 대한 종합·특정·재무·성과·복무 감사를 거쳐 임직원 징계를 요구할 때 해당 기관에서 면책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금융위는 면책제도 활성화를 위해 감사담당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면책심의회를 설치했다. 요청이 들어오면 사안에 따라 5~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면책심의회에서 1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위 산하 기관과 관련 협회, 조합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책임문제와 사후 제재를 의식해 눈치 행정, 면피 행정으로 몸을 사리는 금융공기업 내부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면책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면책요청의 수용 여부는 업무처리의 공익성 타당성 투명성 등을 따져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정해진다. 국가나 공공의 이익 증진을 위하고, 국민편익 증대를 위한 필요와 타당성이 있고, 업무처리가 투명했다면 면책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사안의 시급성과 불가피성이 인정될 때는 투명성 요건을 완화해 심사하기로 했다. 감사 과정에서 고의중과실이나 법령 위반 등이 적발되면 면책 대상에서 제외한다.

앞으로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에서도 임직원 면책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한다는 게 금융위 방침이다. 회사별로 면책심의회를 구성해 임직원 징계 시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책임을 덜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