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 확보 더 시급"…삼성전자, 중간배당 500원 유지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지 않고 정보기술(IT) 환경이 급변하는 점을 고려해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31일 2분기 실적결산 콘퍼런스콜에서 “3차원(3D) 낸드, 14나노 공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미래성장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간배당 기존대로 500원 유지

삼성전자는 이날 작년과 같이 보통주와 우선주 한 주당 5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754억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1999년 중간배당을 시작한 이후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다만 2004년과 2010년엔 파격적으로 5000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2004년엔 반도체 호황, 2010년엔 스마트폰 갤럭시1 판매 호조 등으로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2011년부터 애플과의 지식재산권 소송이 시작된 데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휴대폰 강자들이 줄줄이 무너지자 보수적으로 배당해왔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보다 보수적인 자금운용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의사 결정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5~10년 중장기적 성장요소를 검토하고 있고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간배당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힌 점도 배당 확대의 기대를 키웠다.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도 60조6630억원(2분기 말 기준)에 달한다.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성장세가 꺾인 삼성전자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할 시기”라며 “앞으로 2~3분기 실적 추이를 더 지켜본 뒤 배당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장동력 확보 위해 올해 24조원 투자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 규모는 24조원이다. 지난해(23조74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도체 부문에 14조4000억원, 디스플레이 부문에 5조원을 쓴다는 계획이다. 이 전무는 “상반기에만 목표 금액의 43%인 12조원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의 상당 규모는 경기 화성시의 17라인(S3) 건설에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LSI 생산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D램도 같이 생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만 TSMC 등에 고객을 뺏겨 주문량이 줄어든 탓이다. 충남 아산에 건설 중인 A3 라인에서는 차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내년 상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다.

◆“3분기도 불투명”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52조3500억원, 영업이익 7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24.5% 감소한 것이다. 최근 8분기 중 가장 나쁜 실적이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IM(IT·모바일)부문 실적 저조가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이다. IM부문 영업이익은 4조4200억원으로 2012년 2분기(4조1300억원) 이후 2년 만에 4조원대로 후퇴했다. 중국·유럽에서 쌓인 스마트폰 재고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불어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이날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745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만대가량 줄었다고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역성장한 것은 처음이다.

소비자가전(CE)부문은 월드컵과 성수기 효과 등에 힘입어 실적이 눈이 띄게 좋아졌다. CE부문 매출은 13조원, 영업이익은 77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시스템LSI 부문 실적 저하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5% 줄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전무는 “하반기에는 성수기 진입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량이 늘겠지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박영태/전설리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