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금융시장]  "1929년 블랙먼데이 직전보다 심각"…美 증시 덮친 '거품 논란'
미국 증시에서 거품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관론자들의 얘기지만 1929년 블랙먼데이 직전보다 심각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증시의 강세를 이끈 기술주 중심으로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거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와 바이오테크놀로지, 전기차, 인터넷 기업들이다. 해당 산업의 정의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불리며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테슬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올 들어 저점 대비 20~30%가량 올랐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저점보다 각각 33.9%와 34.3% 급등했다. 테슬라와 트위터, 링크트인은 5월 저점보다 25%가량 올랐다. 구글과 아마존도 각각 15.5%와 12.4% 상승했다. 나스닥 시장의 바이오테크 인덱스는 4월 저점 이후 20% 오르는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FT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초 소셜미디어와 바이오 소형주의 주식이 명백히 고평가돼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며 시장의 우려를 전했다. 금융리서치 업체인 BTIG의 댄 그린하우스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장 전망을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시 폭락을 경고하는 비관론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존 허스만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뉴욕 증시가 거품 상태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할 뿐만 아니라 규모도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공황 직전인 192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둔 2007년 수준을 넘어서는 거품 상태”라고 주장했다.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비관론자 마크 파버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0월까지 미국 증시가 20~30% 급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S&P500 지수가 고점을 높이고 있지만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연초 이후 2% 하락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