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빡빡해진 정유사 '高마진 윤활유' 쟁탈전 나섰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유사들이 윤활유 시장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익률이 높아 정유업계 ‘효자’로 불리는 윤활유 사업은 지난해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 들어 중·고급 제품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업체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하반기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 등이 설비 신·증설을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시장 쟁탈전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윤활기유(윤활유의 원료) 공장이 없었던 현대오일뱅크는 올 하반기 설비를 완공하고 경쟁에 뛰어든다.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대산공장에 글로벌 석유업체 셸과 공동으로 짓고 있는 윤활기유 공장을 오는 9월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다. 현재 시운전 중인 이 설비는 9월부터 연 65만t의 윤활기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윤활유는 윤활기유에 자동차, 선박 등 용도에 맞춰 첨가물을 섞어 만든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9월 윤활유 신제품 ‘엑스티어’를 선보이고 자동차용 윤활유 시장에 뛰어 들었다. 그동안 외부에서 윤활기유를 조달해 완제품을 만들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대산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윤활기유를 자체 생산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전국 2400여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범현대가(家)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납품할 경우 단기간에 국내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두업체인 SK는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루브리컨츠가 스페인 렙솔과 합작으로 스페인 남동부 지역 카르타헤나에 건설 중인 윤활기유 공장은 오는 10월 가동을 시작한다. 이 공장은 고급 윤활기유를 하루 1680t씩 생산해 환경기준이 까다로운 유럽 시장을 겨냥할 계획이다. SK는 지난 6월 인도 시장에 중급 윤활기유를 수출하는 등 고급과 중급 제품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중급 윤활기유 시장은 고급 시장보다 규모가 두 배 이상 클 뿐 아니라 최근 환경규제 강화로 저급 윤활기유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소개했다.

올해 1월 호주와 뉴질랜드 윤활유 시장에 진출한 에쓰오일은 최근 새 브랜드 ‘에쓰오일 7’을 선보이고 신제품 6종을 내놨다. 지난해 윤활기유 생산량의 77%를 수출한 에쓰오일은 인도 중국 베트남 등 이머징 시장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GS칼텍스도 2012년 42개 국가였던 수출 지역을 올해 50개국으로 늘리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윤활유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윤활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로 정유사들의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평균 1% 안팎에 불과한 석유정제 부문의 이익률과 대조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윤활유 이익률은 2012년과 지난해 경기부진 여파로 주춤했지만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SK루브리컨츠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14%에서 올해 1분기 7.44%로 높아졌다. 2분기에도 대부분 정유사는 주력인 석유정제 사업에선 적자가 예상되지만 윤활유 부문에선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신영증권은 2분기에 SK루브리컨츠는 690억원, GS칼텍스가 602억원의 영업이익(윤활유)을 각각 낸 것으로 예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