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자에 대한 전세 소득 과세가 결국 무산됐다. 월세처럼 전세에도 과세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지난 2월 소위 ‘2·26 대책’이 나온 이후 무려 세 번이나 내용이 바뀌며 오락가락하더니 결국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세제가 얼마나 원칙과 소신 없이 운영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스스로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임대소득 과세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부동산 정책은 그 나름의 논리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조세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세제를 바꿔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려 했던 게 문제였다. 지나친 전세 쏠림 현상을 줄여보겠다고 지금까지 비과세하던 2주택자 전세에 과세 방침을 밝혔다가 거래가 급감하고 여론도 부정적으로 돌자 과세 시기와 방법, 대상 소득 등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는 것이 조세 원칙이다. 임대소득도 예외가 아니다. 월세에 과세한다면 전세에도 과세하는 게 옳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나 투기 방지를 위해 세제를 동원하니 번번이 실패하는 것이다. 여기에 여론과 선거 등 정치적 고려까지 더해지니 부동산 세제가 누더기가 되는 것이다.

세제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물론 과거 주택이 부족하던 시절, 원활한 전세 공급을 위해 과세를 유예할 필요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이 몇 채든, 임대소득에는 과세하는 게 마땅하다. 다만 넓은 세금, 낮은 세율의 원칙 아래 세 부담을 줄일 필요는 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공급 확대나 규제완화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어설프게 세제를 동원해서는 안 된다. 이래 가지고 무슨 세제개혁을 하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