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절반은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으로…이르면 내달말 결론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부그룹이 이달 초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대부분 상환해 급한 불을 껐다.

17일 동부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 계열사의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 4천244억원 중 61.3%인 2천600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거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에서 차환이 이뤄지는 방식 등으로 해결됐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남은 회사채 규모는 1천644억원이다.

동부그룹은 이중 절반은 경쟁 입찰에 들어간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으로 갚고, 나머지는 계열사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부 관계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회사채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그룹 측 입장을 전했다.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달 24일 포스코가 동부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인수를 포기한다고 선언하고 그 직후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율협약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특히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만기가 7월 초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채권단 주변에서는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워크아웃이나 그룹 비금융계열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대두하기도 했다.

이달 초 동부CNI에 몰린 자금 압박(500억원)은 회사가 보유한 동부팜한농 주식 2천267만여주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녀 주원씨와 장남 남호씨에게 635억원에 매각함으로써 해소했다.

오너 일가가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동부팜한농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자금 흐름에 숨통을 틔운 것이다.

동부팜한농 회사채 700억원과 동부메탈 회사채 300억원도 이달 초 만기가 됐지만 둘 다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동부팜한농은 신용등급평가에서 아직 BBB를 유지하고 있고 자금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달 초 동부제철에 돌아온 회사채 700억원은 자율협약 개시와 함께 차환 발행이 이뤄졌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대해 운영자금 등으로 1천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동부제철은 매출채권 자산유동화 자금으로 애초 3천억원을 요청했으나 절반 수준에서 채권단의 지원 규모가 결정됐다.

연말까지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가 갚아야 할 회사채는 동부건설 844억원, 동부CNI 200억원, 동부메탈 300억원, 동부팜한농 300억원 등 총 1천644억원이다.

이중 동부건설 회사채는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으로 갚을 계획이다.

패키지딜의 일부였던 동부발전당진은 경쟁입찰을 통한 개별매각으로 선회해 현재 인수의향서를 받아놓은 상태다.

LG상사, GS EPS, SK가스, 삼탄,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이 6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동부 측은 인수전 상황을 볼 때 이르면 다음 달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고 8월 말이면 최종적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매각대금도 그 무렵 입금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부발전당진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중 유일하게 남은 매물이라는 점에서 여러 에너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부발전당진은 5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입안돼 이르면 2018년 상업발전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그룹은 동부CNI와 동부메탈, 동부팜한농에 돌아오는 회사채는 계열사 자체 자금으로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남은 과제는 김준기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DBI)의 담보 여력 회복 문제다.

애초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설립된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동부메탈, 동부팜한농 경영권 문제와 얽혀 있어 김 회장 측이 모자라는 담보 여력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