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 측정, 달랑 1대로 끝낸다고?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 업계까지 정부가 최근 새롭게 바꾼 연비 측정 기준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로 나뉘어 있던 사후 연비관리 업무를 국토부로 일원화한 뒤 비현실적이고 허술하기까지 한 잣대로 연비 측정을 하게 됐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앞서 산업부와 국토부 등은 지난 13일 ‘자동차 에너지 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공동고시안’을 발표했다. 주요 조항은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0월부터 시행되지만 사후 연비 측정은 대부분 1년 전 나온 주요 차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만큼 사실상 2017년부터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공동고시안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사후연비 측정 때 시험자동차를 1대만 쓰겠다는 조항이다. 공동고시안 12조를 보면 기존에는 차량 3대의 연비를 측정해 평균을 냈는데 앞으로는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1대의 연비만 측정한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예산과 시간 때문에 1대로만 연비를 측정한다고 하는데, 정확성이 떨어지는 측정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2차 사후연비 측정 기준이 모호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공동고시안은 1차 사후연비 검증에서 불합격한 차량은 2차 검증 때 시험 차량을 3대로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어떤 기관에서 2차 검증을 진행할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객관성을 위해 자동차안전연구원 외에 4개의 다른 공인기관에서도 재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또 연비 허용 오차 범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기존엔 허용 오차 범위가 ±5%였지만 개정안에서는 -5%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자동차 업체가 제출한 연비보다 시험기관이 측정한 연비가 높으면 5%의 범위 내에서 연비를 올려줬지만 앞으론 상향 조정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공동고시안에서 연비측정 대상 차량의 주행거리 기준을 엄격히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엔 3000㎞ 이상 주행한 차량이면 연비를 측정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000~1만6000㎞ 범위에서 주행한 차만 연비를 잴 수 있다. 많이 달린 차일수록 일반적으로 연비가 더 나오는데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고시안은 또 연비가 가장 안 나오는 타이어로 연비를 측정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타이어 종류를 정해 연비를 검증받도록 했지만 앞으론 저연비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 가령 세 종류 이하의 타이어를 선택하면 연비가 가장 안 나오는 타이어로 잰 연비를 대표 연비로 하고 네 종류 이상의 타이어를 쓰면 두 번째로 연비가 안 나오는 타이어로 측정한 연비를 대표 연비로 인정하는 식이다.

연비를 산정할 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주행저항값(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공기저항과 도로마찰을 수치화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시안 13조에는 시험기관이 측정한 주행저항값과 자동차 업체가 제출한 주행저항값의 오차가 15%를 초과하면 업체가 제출한 수치를 인정하지 않고 시험기관의 수치만 쓰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엄격한 기준으로 통합해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연비 기준이 탄생했다”며 “수출이 많은 한국 자동차 업계로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