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메탈 담보비율 20% 미만…은행들 손실 커질듯

동부그룹 비(非)금융 계열사들이 은행권으로부터 무담보로 많은 금액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제철의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2조원에 달하는 여신의 손실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질 경우 은행권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자율협약 개시 여부가 정해지는 동부제철의 제1금융권 여신은 1조8천500억원이다.

대출채권이 1조3천7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회사채 200억원, 기타 채권 4천700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농협중앙회를 제외한 산업·수출입·우리·하나·신한·외환·국민 등 7개 은행의 여신 1조6천800억원에 설정된 담보는 1조2천300억원이다.

4천500억원의 여신에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것이다.

담보가 없으면 채권을 회수할 확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은행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채권단에 대한 동부제철의 담보능력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동부그룹의 다른 계열사 중에는 담보설정 비율이 20%에 못 미치는 곳도 있다.

동부그룹의 매각 추진이 난항을 겪는 동부메탈의 경우 제1금융권 총여신 2천300억원에 대한 담보는 400억원(15.7%)에 불과하다.

동부건설의 제1금융권 총여신 2천900억원에 대한 담보는 560억원(19.1%), 동부CNI이 제1금융권 총여신 700억원에 대한 담보는 200억원(28.8%)에 머무른다.

회사채 매입이나 수출 신용 등이 아닌 일반 대출인데도 담보를 전혀 설정하지 않고 거액을 빌려준 경우도 적지 않다.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은 동부메탈에 900억원과 400억원을 빌려줬지만, 담보는 0원이다.

수출입은행은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동부제철에 500억원의 대출채권이 있지만, 역시 담보는 잡지 않았다.

담보가 지나치게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여신 중 사모 회사채는 우선변제권이 주어져 손실 예상액이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 대출채권의 경우 "자산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거나 구조조정으로 현금 흐름이 정상화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부제철의 경우 이날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여신분류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동부 계열 4개사의 여신은 정상 등급이지만, 자율협약 추진을 반영해 동부제철은 요주의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동부제철 여신은 이미 요주의로 분류했다"며 "오늘 채권단의 결의 결과에 따라 충당금 적립 기준과 관리 방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분류 등급이 낮아지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요주의 등급 최고 적립률(19%)을 적용하면 1천억원 대출에 200억원의 손실 가능성을 인식하는 셈이다.

동부제철뿐 아니라 CNI·메탈·건설 등 다른 계열사도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채권단의 여신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가뜩이나 저조한 은행들의 수익성이 더 낮아지는 요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동부 측이 자율협약으로 체결되는 협약 조건을 잘 이행해 채권 회수에 큰 지장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