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배제 기류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관피아도 적지 않다. 세월호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선임 혹은 연임됐거나, 후임자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다. 금융권에 이렇게 운 좋은 사람들이 특히 많다.

이런 현상은 금융회사의 감사 자리에서 두드러진다. 우리은행, 외환은행, 대구은행, 한국거래소, 삼성카드는 지난해 3~4월 김용우·신언성·정창모·김성배·정태문 감사를 연임시키거나 임기를 연장했다. 김용우·신언성 감사는 감사원 출신, 정창모 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김성배 감사는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했다.

의전 서열상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이인자인 감사는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독립성이 보장된다. 급여도 임원급 수준이라 관피아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이들 중 능력을 인정받아 연임된 경우도 있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자리를 지킨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지난달 24일 3년 임기가 만료됐다. 그러나 대주주인 정부의 ‘지침’을 받지 못해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다. 이런 식이면 김 사장이 연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상용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은 협회장의 장기 공석으로 회장대행을 1년 가까이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신한생명 감사로 내정됐으나 회장이 뽑히지 않아 포기하기도 했다. 덕분에 정진택 감사가 임기를 연장했다.

금융권 이외의 분야에서도 재임 기간이 6개월이 채 안돼 관피아 논란에서 벗어난 이들도 있다. 공공기관장들이 대표적이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각각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도 중소기업청에서 근무했다. 이들은 지난달 공공기관 운영 평가에서 낙제점인 E등급을 받았지만 재임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해임건의 대상에서도 빠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