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조지아, 몰도바 등 옛 소련권 국가들이 유럽연합(EU)과 포괄적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그동안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던 국가들이 EU의 경제권으로 편입되자 러시아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 조지아 총리, 유리 랸케 몰도바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협력협정 서명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정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EU 경제권에 들어온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등 3개 국가는 상품 등이 EU 기준에 들어맞는다면 EU 28개 회원국과 관세 없이 자유롭게 무역을 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억유로(약 1조6600억원)씩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포로 셴코 대통령은 협정식 후 “지난 여러 달 동안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꿈을 이루려고 큰 비용을 치렀다”며 “오늘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오늘은 유럽에 중요한 날”이라며 “EU는 이전보다 오늘 이들 국가 곁에 더 다가서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협정은 지난해 중단됐던 EU와의 협상을 포로셴코 대통령이 취임 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에서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당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와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 결과 수도 키예프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동부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정부군과 대치하는 등 정정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 주도의 경제블록에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좌절된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협정 발효와 함께 러시아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도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확실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고문인 세르게이 글라지예프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EU가 협정을 체결하도록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EU는 이날 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 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59·사진)를 새로운 EU 집행위원장으로 지명했다. EU 집행위원장은 EU의 최고 행정기관인 집행위원회(EC)를 이끄는 대표다. 융커 내정자는 7월 중순 열릴 유럽의회 본회의 표결을 거친 후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융커 내정자는 지난해까지 8년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 의장을 지내며 EU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