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전력 19조 판매 계약
박근혜 대통령(사진)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기로 삼성물산이 현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할 188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전력을 앞으로 20년간 카자흐스탄에 판매키로 하는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자원외교’를 위해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19일 아스타나의 대통령궁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경제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우선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 기업들이 수주한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49억달러) ‘아티라우 석유화학단지’(50억달러) ‘잠빌 해상광구 탐사’(28억달러) 등 127억달러 규모의 3대 경협 사업을 원활히 이행키로 했다.

특히 삼성물산이 75%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현지법인 BTPP) 건설 사업과 관련, 그동안 금융조달 문제 등으로 3년간 착공이 지연됐으나 이번에 카자흐 측에서 대규모 구매를 확약해 하반기 착공할 수 있게 됐다. 카자흐 국영 송전망공사(KEGOC)가 확약한 전력 구매량은 20년간 연 9억4000만달러씩 모두 188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카자흐 연간 전력 소비량의 9%에 해당한다.

카자흐 아연광구·유전 개발 '자원 협력' 합의

삼성물산 관계자는 “2011년 양국 정부가 관련 사업 협정에 서명한 뒤 그동안 불확실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착공이 지연돼 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2019년 발전소 완공 후 안정적인 판매처가 확보된 만큼 올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에너지·자원 분야 신규 사업으로 듀셈바이 연·아연 광구를 공동 탐사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현지 국영 기업인 카즈게올리가야가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매장량은 1331만t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은 또 현재 카자흐스탄 측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탱기즈 유전 정유공장 증산 설비 건설 사업’(35억달러)에서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기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이 밖에 석유공사가 현지 합작으로 추진 중인 ‘잠빌 해상광구 탐사 사업’도 실제 채굴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양국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2008년 첫 탐사를 통해 1억배럴의 원유 부존량을 확인했지만 아직까지 경제성 여부가 불투명해 채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양국은 또 중소기업, 물류, 의료·보건, 산림·농업 등의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가기로 했다. 물류 협력과 관련, 카자흐 정부가 ‘2020 교통인프라 개발계획’에 따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1400㎞ 신규 철도 사업과 1만6000㎞ 도로 건설·보수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지원을 요청했다.

두 나라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사증면제 협정도 체결, 앞으로 일반 여권 소지자가 30일간 비자 없이 양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한시적 근로협정’도 체결해 카자흐스탄에 체류하는 한시적 고용계약 근로자에 대한 출입국 및 체류 절차도 간단해진다.

자발적 핵 포기와 함께 경제발전을 이룬 카자흐스탄은 한국 정부의 북핵 불용 원칙과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 구상’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밝혔다.

한편 정상회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이날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조국수호자기념비 헌화 및 식수, 한국 현대작가 및 고려인 작가전 개막식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아스타나=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