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첫 발행…"장기물·유럽시장 채권 물꼬 기대"

한국 정부가 20억달러 상당의 외화표시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30년물을 처음으로 내놓은데다 발행금리도 역대 최저인 2%대여서 한국에 대한 높은 대외신인도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30년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10억달러와 10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5천만유로(10억달러 상당) 어치를 발행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외평채는 올해에 만기가 도래하는 외평채 25억달러에 대한 차환발행 성격이다.

30년 만기 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한 것은 민간의 초장기물 외화채권 발행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역대로 보면 2005년 10월에 4억달러 상당의 20년물을 발행한 것이 최장이었는데 이를 능가했다.

기재부는 "만기가 장기인 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은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과 중장기 성장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3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은 72.5bp(베이시스 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 4.143%(표면금리 4.125%)로 발행했다.

정부는 한국과 국가신용등급이 유사한 칠레(109bp)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우량 채권인 AAA등급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72.5bp)보다도 낮은 가산금리로 발행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발행된 유로화 표시 채권은 10년 만기에 57bp 가산금리가 적용된 2.164%(표면금리 2.125%)다.

기존 달러화·유로화 외평채를 통틀어 2%대 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채권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 주문규모는 발행규모의 4~4.5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산금리가 낮아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 국부펀드, 글로벌 연기금·보험사 등 우량 투자자의 참여도 활발했다.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이 유로화 시장과 미 달러화 초장기물 시장에서 벤치마크 금리를 설정함으로써 민간의 해외채권 만기를 장기화하고 차입 통화 다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한국계 외화채권의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하므로 저금리 조건 자체가 민간 해외 차입비용 절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