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외부 자극에 반응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이 혼수상태에서 회복,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는 건 식물인간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조만간 병원 측이 진정치료를 끝내고 의식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25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일반 병실로 옮긴 이 회장은 의식 불명 상태에서 점차 회복해 각종 자극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3회(오후 3시께) 이승엽 선수가 3점 홈런을 터뜨린 순간, 한 차례 눈을 크게 뜬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등 신경학적으로 호전되는 것을 볼 때 향후 인지 기능의 회복도 희망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또 심장 폐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은 완벽하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상훈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교수(순환기내과)는 “꼬집어서 눈을 찌푸리는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신체 활동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로 식물인간 상태는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삼성병원 측 설명으로 볼 때 아직 인공호흡기를 달고 수면제 등 진정시키는 약물을 투입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며 “이제부터 약물 투입을 서서히 줄이면서 의식 회복을 위한 2단계 치료로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상태를 예단할 수 없으나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이 눈을 뜬 사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임원을 통해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에게 “요즘 열심히 잘해줘 고맙다”고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홍라희 리움 관장과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은 주말을 맞아 병실에서 이 회장이 평소 좋아하던 야구 중계방송을 틀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10연승을 달리던 삼성은 3회 8타자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11점을 냈고, 그 마지막을 이승엽이 3점 홈런으로 장식했다.

김현석/이준혁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