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말뿐인 한국, 행동한 말레이시아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지 반다라야 지구. 한국의 서울역에 해당하는 KL센트럴역 앞 푸른색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말레이시아 최초 6성급인 세인트레지스호텔이다. 대우건설이 공사를 맡은 이 호텔은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그런데 불과 4년 전만 해도 호텔 공사는 시작도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부지를 매입한 이후 2년 넘게 건설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복잡한 법·규제에 가로막힌 탓이다.

'규제개혁' 말뿐인 한국, 행동한 말레이시아
2010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경제개혁 프로그램(ETP)’을 추진하면서 호텔 공사에 숨통이 트였다. ETP는 저성장 탈출을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ETP 총괄기구인 퍼먼두(PEMANDU)를 통해 2주 만에 호텔 건설 허가를 내줬다. 이 호텔을 포함해 말레이시아는 지난 3년간 196개의 투자 걸림돌을 제거했다. 그 결과 글로벌 경제 침체에도 최근 4년간 연평균 5~7%의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 기간에 1인당 국민소득(GNI)은 40% 이상 늘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를 푸는 규제 개혁은 예외 없이 경제활력으로 이어진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4년간 정부·민간 합동으로 기업을 옥죄는 족쇄를 풀어 고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일랜드는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에도 기업 세금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 덕분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유럽 4개국 가운데 가장 빨리 경제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나렌드라 모디가 차기 총리로 정해지자 인도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구자라트주 총리로 재임한 12년간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연평균 13.4%의 성장을 이뤄냈다.

세월호 참사로 주춤해졌지만 올 들어 한국 정부도 규제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실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공장 설립 간소화 등 한쪽에선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다른 쪽에선 규제를 강화하는 일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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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전설리/이태명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