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A지점장은 지난해 말 영업실적 집계 마감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부탁해 적금 통장 수십개를 한꺼번에 만들었다. 그는 일시적으로 실적을 높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통장 가운데 일부는 연초에 해지됐다. 일단 계좌만 만든 뒤 한두 달 뒤 해지하면 된다고 설득해 만든 통장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지점장은 요즘 떨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최근 “지난해 말 갑자기 실적이 늘어난 지점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그 실적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가려보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측은 지난해 실적에 대한 ‘진성’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지점처럼 지난해 말 갑자기 실적이 늘었다가 올해 들어 지속되지 않고 있는 곳을 가려내는 것이다. 특히 두 달 이상 실적이 유지되지 않은 곳이 우선 조사 대상이다. 이런 곳들은 지난해 매긴 점수를 다시 평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같은 실적을 내도 ‘거짓 실적’을 올린 경우에는 점수를 더 차감할 예정이다.

이 같은 평가 방식은 “은행원의 입장이 아닌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이 행장의 지침 때문이다. 이 행장은 “단기 실적주의에 급급하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잘못된 관행 탈피를 주문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