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녹두를 얼굴에…화장품 '발효'에 꽂혔다
녹두, 대나무 수액, 산삼 등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 화장품’이 올 상반기 화장품 시장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단백질 재조합 기술로 만든 세포 성장 촉진 인자를 함유한 일명 ‘세포 화장품’이 휩쓸고 간 자리를 올해는 발효 화장품이 꿰찬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 한율이 여주 쌀을 흙으로 만든 옹기에서 8일 동안 빨간 누룩으로 발효시켜 지난달 출시한 ‘진액 스킨’(150mL·3만5000원)은 ‘천송이 스킨’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제품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사용하면서 출시 전부터 국내외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콩·녹두를 얼굴에…화장품 '발효'에 꽂혔다
LG생활건강의 ‘숨37’도 지난 22일 ‘워터풀 타임리스 워터젤 아이필러’(35mL·7만8000원)를 내놨다. 발효 히알루론산이 눈가 피부 탄력을 강화해주는 제품이다. 숨37은 그동안 국내 발효 화장품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아 왔다. 스테디셀러인 ‘워터풀 타임리스 워터젤 크림’에 이어 이번에 발효 대나무 수액을 보강해 아이필러를 선보였다.

콩·녹두를 얼굴에…화장품 '발효'에 꽂혔다
코리아나화장품 ‘세니떼’도 국내 청정 녹두를 발효시켜 만든 ‘발효녹두 영양가득 크림’(50mL·4만원)을 내놨다. 코리아나화장품은 1997년 처음으로 녹두화장품을 내놓은 이래 최근까지 녹두화장품으로만 6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콩·녹두를 얼굴에…화장품 '발효'에 꽂혔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청정 쌀을 화산 암반수로 발효시켜 지난 2월 출시한 ‘효모발효 더퍼스트 에센스’(150mL·3만2000원), 이니스프리가 지난해 4월 제주도산 푸른콩을 발효시켜 출시한 ‘자연발효 에너지 에센스’(80mL·2만2000원)도 발효 화장품의 스테디셀러다.

발효 화장품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한방 화장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70% 신장했다.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동충하초와 산삼을 발효시켜 만든 성분에 녹용, 당귀, 산수유, 오가피 등을 섞은 ‘기앤진 크림’(50mL·15만원)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 스타가 된 배우 이영애를 모델로 내세워 중국인들에게 ‘궁중 한방’ 이미지를 심어준 점이 주효했다. 또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있는 대형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어 고급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리아나화장품 관계자는 “지난해 세포 화장품이 돌풍을 일으켰다면 올해는 쌀, 콩 등 친숙한 한약재 및 곡물로 만든 발효 화장품이 인기”라며 “원재료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제품이라 구매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