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카드도 작년 실적악화…"무풍지대 아닐 것"

삼성그룹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석 사장은 11일 사내 방송을 통해 경영 현황을 설명하면서 임원을 6명 줄이고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원경비를 35% 삭감하고 임원의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는 비용절감 추진안도 담겼다.

현재 인원 감축 규모는 희망퇴직이나 삼성 계열사 전출을 포함해 최대 500명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에도 100여명을 삼성생명 등 관계사로 보내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인 바 있다.

임직원 규모는 2011년 말 3천280명에 달했으나 업황 악화에 따라 2012년 말 3천102명, 지난해 말 2천772명으로 줄였다.

삼성증권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회사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동시에 경영 효율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삼성전자와 더불어 그룹의 양대 축인 삼성생명의 대규모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다른 계열사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날 임원 15명에 대해 3명은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생명서비스 등 계열사와 자회사로 전출하고 12명의 보직은 제외했다.

12명 가운데 일부는 자회사로 옮기고 일부는 퇴임한다.

대상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매년 말에 그룹 인사에 맞춰 하던 임원 인사를 연초에 별도로 한 것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직은 기존 5본부 4실 50개팀에서 4본부 5실 40개팀으로 대폭 개편했다.

법인영업본부는 법인사업부로, 해외사업본부는 해외사업팀으로 각각 축소하고 도쿄사무소는 점진적으로 폐쇄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삼성생명은 또 전국에 있는 고객센터를 자회사로 분사하는 등 추가적인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본사 인력의 수백 명을 자회사로 재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구조조정은 증권업 불황 장기화에 따라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그룹 금융계열사 건재 순위 1위에다가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이번 구조조정은 다소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이 그룹 차원에서 나온 결정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은 증권업 자체가 불황인데다 지난해 해외투자 손실이 발생했고, 삼성생명은 방만한 영업과 조직이 계속 문제로 지적돼 이번 구조조정이 각 계열사의 상황에 따른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도 이런 움직임으로부터 무풍지대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화재는 작년 회계연도(4∼12월)에 매출과 투자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9.3% 감소한 5천5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일회성 요인을 제거한 경상 당기순이익이 2천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는 "당분간 대규모 인력조정, 조직개편 등의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