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가 거품 사례로 엊그제 관세청이 10개 공산품의 실태를 자세히 공개해 소위 해외명품 등의 해묵은 가격문제가 다시 이슈화됐다. 60만원대 유모차가 159만원으로 뛰고 50달러짜리 옷이 고가명품으로 둔갑했다. 물 건너 왔다고 15배씩 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격시스템에는 필시 특정 단계에서 한국만의 내밀한 경과가 있을 것이다.

함께 발표된 정부의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에는 사실 대안까지 나와 있다. 통관인정 품목 확대로 일본처럼 병행수입품이 늘게 하고 100달러 이하의 해외 직접구매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정부가 가격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가격시스템이 잘 가동되도록 환경을 조성할 의무는 있다. 언필칭 FTA 강국이라며 정작 수입품은 온통 바가지라면 실로 한심하다.

수입품 거품논란은 단순히 바가지상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다수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추진돼온 FTA 정책의 본질이나 성과와도 관련된 문제다. 칠레·미국·EU 등에 이어 최근 호주와 최종 서명을 했고 중국과도 곧 가시적인 결실을 기대하는 게 한국의 FTA 정책이요 무역강국의 자랑이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만이 목표는 아니었다. 오히려 질좋은 해외상품이 합리적 가격에 안정적으로 들어와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바로 그것이 자유무역의 이점인 것이다. 사실 이 점이야말로 무역한국의 힘이요 개방국가에서 살아가는 소비자의 권한이다. 수출만큼 수입도 FTA의 중요한 평가 요소다.

FTA협정은 다각화되는데도 뻥튀기 수입가격이 횡행하고 유통길목은 소수의 손에서 놀아났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그간 FTA 효과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부실했다는 것의 반증이다. 국내산이든 해외산이든 유통과정에 컴컴한 통로나 모호한 연결고리부터 없어져야 한다. 기득권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규제장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진입장벽에 대한 실사도 필요하다. 그것이 소비자 보호요 국민의 경제권익 강화다. 가격은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