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성공적인 경제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네 번째)의 발표를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성공적인 경제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네 번째)의 발표를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산업단지에 규제자유지역을 만들어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자.” “규제를 중요도에 따라 나누고 차등 관리하자.”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주최한 경제혁신 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 기업인, 교수, 연구원 등 48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연초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고 민·관이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토론회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구조개혁 △경제역동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선진적 기업가정신의 복원을 주제로 각각 세션과 토론을 한 후 논의 내용을 종합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행사에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규제개혁을 다룬 기업가정신 세션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추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위축돼 있다”며 “과거에는 선제적인 투자가 경기를 이끌었는데 지금은 경기회복 조짐이 확실해져야 투자가 이어지는 등 투자의 선행성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제발표에서 김주찬 광운대 교수(행정학)는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적용하는 규제자유지역을 지정해 시험해 보고 이를 확산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중요규제 7000여개를 선정해 규제비용을 계산하고 총량을 관리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추진 중이지만 공무원 제도와 연구인력 규모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규제 정책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기업관행을 개선하거나 일자리혁신을 이끌자는 의견도 나왔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기업 위법행위의 사전 예방을 위해 준법경영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사후 적발을 높이기 위해 내부고발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도 기업과 관련한 법령자문단 운영, 준법경영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해 기업의 준법경영 풍토 정착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창업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형 드로기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일시적으로 경영난에 빠진 중견기업에 컨설팅을 지원하고 자본도 투자하는 독일의 드로기그룹을 벤치마킹하자는 주장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혁신의 실행주체는 기업이며 과거처럼 정부에 무엇을 해달라고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주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며 “정부도 경제계가 혁신을 실천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거나 정부가 도와주면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때 경제혁신의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토론 내용을 종합해 이달 말 청와대, 정부, 국회 등에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