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이 일본-호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타결 소식은 대서특필한 반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소식은 거의 보도하지 않거나 짤막하게 보도해 대조를 이뤘다.

8일 호주 국영 ABC방송과 AAP통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데일리텔레그래프 등은 전날 도쿄(東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발표한 일호 EPA 타결 소식을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호주 언론은 양국간 EPA 타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수십억 호주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다양한 해설 및 분석 기사를 통해 일호 EPA의 의미와 영향 등을 상세히 분석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애벗 총리가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일본 총리가 1957년 호주를 방문해 로버트 멘지스 당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아베 총리에게 선물로 건네 그의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미담'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8일 박근혜 대통령과 애벗 총리가 정식 서명한 한국-호주 FTA 소식을 크게 보도한 호주 언론은 찾기 어려워 일호 EPA에 쏠린 높은 관심과 대조를 이뤘다.

한-호 FTA의 경우 이미 지난해 타결돼 이번 양국 정상간 서명은 예정된 절차였다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애벗 총리의 이번 동북아 3개국 순방의 무게중심이 사실상 일본과 중국 방문에 실려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고 일본은 호주의 2위 교역국이다.

한국이 호주의 4위 교역국이긴 하지만 중국, 일본과 교역량 차이가 큰 데다가 호주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안보·경제적 중요도에서 중국과 일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애벗 총리의 3개국 방문 일정이 일본은 이틀, 중국은 사흘인 데 비해 한국은 하루 반 정도를 머물도록 짜여진 것도 3개국의 중요도 차이를 고려한 일정이라는 지적이다.

호주 AAP통신은 애벗 총리가 일본 경제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을 첫 번째 방문국으로 정한 것은 호주 정부의 입장에서 우선순위를 고려한 의도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AAP통신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주요 호주 언론들은 애벗 총리의 이번 동북아 3개국 방문의 초점을 일본과의 경제·안보협력 강화 및 중국과의 손상된 외교관계 복원에 맞추는 분위기다.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passion@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