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억5천만원 납부…골프장 등 매각해 남은 175억원 완납 계획
검찰청사 빠져나가다가 분양피해자에게 2시간가량 막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4일 "현금화할 수 있는 재산을 모두 팔아서라도 벌금 미납을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광주지검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어리석은 저로 인해 광주시민과 전 국민에게 여러 날에 걸쳐 심려를 끼쳐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대주 계열사에 대한 개인 대여금 채권이 회수돼 49억 5천만원을 납부했다"며 "저의 안식구(사실혼 관계 부인)도 담양 다이너스티 골프장 매각에 착수하고 매각 전이라도 지분 전부를 담보로 15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허 전 회장은 "골프장이 매각되면 75억원 정도가 마련돼 그 전부를 내기로 하는 등 가족 모두가 합심해 나머지 금액을 이른 시일 안에 납부하겠다"며 "더는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않도록 벌금 납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소환 조사 당시 점퍼 차림과 달리 양복에 금테 안경 차림으로 나온 허 전 회장은 사과문을 읽고서 황급히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탔다.

그러나 경기도 용인 공세지구 대주피오레 아파트 분양 피해자들이 차량을 가로막아 허 전 회장은 차에 갇힌 채 1시간 50분 동안 검찰청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실신해 119에 실려가기도 했다.

허 전 회장은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취재진에 "(자신을 난처하게 하려고 누군가가)함정에 빠뜨린 것 같다", "아주머니들(분양 피해자)이 와 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등 발언으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제출한 납부계획서에 따라 국내외 재산을 매각하거나 빌린 자금을 마련하는 대로 남은 벌금 175억2천700여만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뉴질랜드 쇼트랜드 토지 매각 대금에서 은행 부채 등을 뺀 자금(30억원), 허 전 회장의 채권(30억원), 담양 골프장(90억원)과 뉴질랜드 아파트 매각 대금(10억원), 상속 재산 등으로 완납을 유도할 계획이다.

검찰은 벌금이 완납될 때까지 재산추적을 계속하고 차명주식 보유 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허 전 회장은 과거 수사·재판 중 성당 건립, 골프장 기부 등 약속을 강조했다가 실행하지 않기도 해 검찰이 계획대로 벌금을 집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벌금, 세금 등 체납 문제가 정리수순에 접어들면서 별도의 외환관리법 위반, 배임, 추가 조세포탈 등 의혹 규명에 대한 검찰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