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자신의 ‘말실수’에서 촉발된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설을 적극 무마했다. 옐런 의장의 ‘슈퍼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주가는 뛰고 금리는 떨어졌다. 조기 금리인상을 우려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은 일단 가라앉았다.

○말실수 주워 담은 옐런 의장

옐런 의장은 31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경제와 고용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며 “초저금리 정책이 ‘상당 기간(for some time)’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체감하며 일부 지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용시장 침체와 관련해 △장기실업자 증가 △정규직을 찾고 있는 700만명의 임시직 근로자 △더딘 임금 인상 속도 등을 언급했다. 또 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는 주택과 자동차를 더 싸게 살 수 있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저금리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 ‘매파적’ 발언은 없었다.

브리클린 드와이어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옐런이 초저금리 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비둘기파적 발언을 꺼냈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시점과 관련해 “양적완화 종료 후 대략 6개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시장에선 ‘초보자의 말실수’라는 쪽과 옐런이 작심하고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설을 제기했다는 해석이 엇갈리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마켓워치는 이날 “(말실수한) 옐런이 시장을 안심시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Fed의 금리인상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옐런의 새로운 화법

옐런 의장은 전임자들과 전혀 다른 화법을 구사해 주목받았다. 역대 중앙은행장은 공개연설할 때 경제이론과 통계, 전문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 전 의장도 그랬다. 그러나 옐런은 이날 저금리 정책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임시직으로 살아가는 일반인 세 명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옐런은 청중석의 배관공 저매니 브라운리(39)를 가리키며 “건설업체 정규사원이었던 그는 금융위기 때 실직해 임시직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며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위기 전보다 소득은 여전히 낮다”고 했다. 옐런은 “이들이 바로 통계 뒤에 있는 실제 경제”라며 저금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옐런은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해 이들 세 명과 한 시간 넘게 통화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정책이 실제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달하기 위해 딱딱하고 추상적인 연설 대신 실제 인물을 등장시켜 호소력을 높였다”며 “중앙은행장의 새로운 화법 방식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