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법인세 폭탄'…이익 2.5% 늘었는데 세금 30% 급증
“지난해 세무조사가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진행된 것 같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영 실적이 나빠진 것은 그 영향이 큰 것 같다.”(중견기업 C사 대표)

“경영컨설팅의 대부분 사업이 부진했지만 세무조사 관련 자문을 하는 부서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다.”(B회계법인 대표)

세무당국이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중견·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까지 ‘저인망식 세금 걷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많다. 한국경제신문이 31일 중견기업들이 대부분인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50위 기업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2.5%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법인세 부과액은 30%가량 늘었다. 법인세 부담 때문에 코스닥 5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다.

◆골프존 등 세무조사 타격

코스닥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작년 법인세 납부액은 모두 5481억원이었다. 2012년 법인세(4218억원)에 비해 29.9% 늘었다. 2012년 증가율(2.7%)에 비해 급격히 높아졌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의 순이익이 거의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가 많이 부과됐다는 사실이다. 50개 기업이 법인세를 내기 전 이익(법인세비용차감 전 순이익)은 2조2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법인세는 큰 폭으로 늘어 당기순이익(법인세 납부 후·1조6871억원)은 2012년에 비해 4% 감소했다.

세금을 많이 낸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곳들이다. 골프존은 특별세무조사에서 474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이 때문에 골프존이 낸 법인세는 2012년 89억원에서 지난해 555억원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계열사인 SM컬처앤컨텐츠가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데 이어 최근 특별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한 SM엔터테인먼트도 영업이익은 33%가량 감소했지만 법인세는 2012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157억원으로 증가했다.

서울반도체는 과거 세액공제를 과다하게 받았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추징당해 2012년 28억원이었던 법인세 납부액이 지난해 36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밖에 파라다이스 씨젠 성우하이텍 파트론 루멘스 이오테크닉스 등의 법인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세무조사 공시 건수 두 배

코스닥시장 공시를 봐도 지난해 세무조사가 매우 강력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기자본의 5%(대기업은 2.5~3%)가 넘는 돈을 세금 또는 벌금으로 부과받으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난해 코스닥 상장기업이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한 건수는 15건 1238억원에 달했다. 2012년 세금부과 공시 건수는 7건 199억원에 불과했다. 건수로는 두 배, 금액으로는 6배 이상 늘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이익이 늘어나 법인세 부과액이 증가한 기업들도 있지만 강력한 세무조사로 세 부담이 급증한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복지 확대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세무조사 때문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적자 기업에도 법인세 추징

코스닥 시총 50위 밖에 있지만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디스플레이장비 업체인 디아이디는 지난해 영업이 적자로 돌아섰음에도 세무조사를 받아 법인세 납부액이 전년의 두 배인 48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137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서희건설은 6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감사보고서를 최근 제출했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작년 세무조사가 중견기업에 집중된 것 같다”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세금혜택을 중견기업들은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그만큼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