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이 삼성의 전자 계열사 임원 출신을 잇따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中企 경영닥터' 로 떠난 삼성맨들
현대약품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영학 전 삼성전자 디지털총괄미디어 그룹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2011년 이후 성장이 꺾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삼성 출신을 영입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는 주재환 전 삼성SDI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주 사장은 삼성SDI에서 멕시코 법인장, 전지 품질혁신팀장, 셀(전지)사업부 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글로벌 전자 소재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 경험과 품질관리, 신제품 개발 등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를 영입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 원익아이피에스와 에스넷이 올 들어 대표이사에 삼성전자 출신을 임명했다. 원익아이피에스는 삼성전자 디지털총괄미디어그룹장을 지낸 변정우 사장을 대표로 앉혔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장비를 만드는 회사 특성 때문에 삼성전자 출신을 많이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장비설치 및 서비스 업체인 에스넷은 최근 윤상화 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윤 신임 사장은 대주주인 박효대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회사를 이끈다.

중견기업 가운데는 동원산업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동원은 최근 주총에서 삼성전자 북미총괄 상무보를 지낸 이명우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소니코리아 대표이사, 레인콤 부회장, 한국코카콜라보틀링 회장 등을 지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회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을 뿐 아니라 해외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글로벌 경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사장을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