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에 4공장 마련 유력…글로벌 물량 경쟁 속 내륙 진출 전략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충칭에 현대차 제4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충칭시 정부와 전략합작에 나선 것은 글로벌 최대 규모로 급성장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1988년만 해도 163만대 수준이었지만 2005년 576만대, 2009년는 1천350만대 규모로 증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가파른 수요 성장세는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승용차 판매량만 1천800만대 가까이 됐다.

2016년이면 승용차 수요가 2천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성장세에 글로벌 메이커들의 시장 쟁탈전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지 수요에 맞춘 물량 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른다고 보고 현지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현대·기아차도 현지 공장을 잇따라 세우며 시장 공략을 해 왔고 전략은 효과를 거뒀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현대차가 1·2·3공장을, 기아차가 1·2·3공장을 순차적으로 신설·가동하면서 현지 생산·판매량을 키워온 것이다.

2007년 현대차는 23만1천여대, 기아차는 10만5천여대로 생산을 시작했지만 지난해에는 현대차가 100만대를 돌파한 104만여대, 기아차가 55만1천여대까지 현지 생산량을 키웠다.

지난해 157만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171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108만대, 기아차 63만대 등으로 양사를 합쳐 작년보다 8.4% 늘리겠다는 목표다.

국내 공장 수출분과 상용차 판매량 등을 합치면 2002년 말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12년 만에 누적 판매 1천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작년까지의 누계 판매량은 826만4천898대였다.

누계 판매량이 각각 122만대와 114만대에 이르는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 XD(현지명 엘란트라)'와 아반떼 HD(현지명 위에둥)'가 주력 판매 차종이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성장세도 나타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제4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현지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입각한 결정이다.

2016년까지 폴크스바겐은 연간 423만대, GM은 380만대의 현지 생산력을 갖추기로 하는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공급능력 확대에 나선 상황에서 현지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다.

제4공장이 가동하는 2016년이면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능력은 상용차 부문까지 합쳐 230만여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존 현대·기아차의 현지 공장들이 동부에 분포돼 있는 데 반해 제4공장을 중국 중서부의 충칭에 마련하기로 한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읽힌다.

현대차 1·2·3공장은 수도인 베이징에 몰려 있고, 기아차 1·2·3공장은 장쑤성 옌청에 자리를 잡고 있다.

베이징은 북쪽에, 옌청은 이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는데 두 지역 모두 동부 연안 벨트로 묶일 수 있다.

현대차 제4공장 건립 예정지인 충칭은 동부 연안과는 한참 떨어진 중서부 쓰촨성 권역에 위치해 있다.

기존 공장들과 인접할 때 기대할 만한 물류 시너지 등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중서부 내륙에 새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서부로 진출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거점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중서부의 유일한 직할시인 충칭시는 인구 3천만명의 거대도시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3%를 기록해 중국 전체 평균(7.7%)보다 월등히 높다.

중앙정부에서 이 지역에 진출하는 외자업체의 수입설비에 면세혜택을 주는 등 충칭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고 산업 인프라도 탄탄해 내륙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는 최적지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충칭시와 제4공장 마련을 위한 전략합작 합의서 체결을 위해 현지로 떠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내륙에 세울 제4공장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그는 출국에 앞서 임직원들에게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1천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품질은 물론 상품, 브랜드, 고객 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 시장의 흐름을 앞서가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1천만대 시대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