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1일 오후 2시34분

[마켓인사이트] 현대그룹 '핵심' 로지스틱스 판다
현대그룹이 국내 택배업계 2위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한다. 다음달 중순 매각을 목표로 국내 대기업 두 곳 및 외국계 사모펀드(PEF) 등 네 곳과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지분율 47.6%) 현대글로벌(24.3%) 현정은 회장(12.0%) 등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 가운데 70%가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상선 보유 지분 가운데 약 15%는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상선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담보’ 차원에서 남겨두기로 했다.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 등은 현대로지스틱스를 판 돈으로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87%만 되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로 얽힌 지배구조가 ‘현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구조로 단순화된다. 현 회장과 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벌이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로 변신하게 되는 셈이다.

현금확보·순환출자 해소…현대그룹, 구조조정 '속도'

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또 다른 순환출자구조를 끊기 위해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글로벌 지분 24.8%도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택배를 보유한 국내 2위 물류업체로, 2012년 기준 매출 8601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그룹은 애초 현대로지스틱스를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상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신규 자금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 매각으로 돌아섰다. 해운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낸 현대상선의 실적이 현대로지스틱스 장부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공모가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 IB업계에선 현대로지스틱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잘해야 3000억원’이란 게 IB업계의 예측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입장에선 현대로지스틱스를 팔 경우 유입되는 현금 규모가 상장보다 3~4배 많다는 데 매력을 느낀 것 같다”며 “현대로지스틱스를 팔면 ‘연쇄 적자의 원흉’으로 지목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유력 인수 후보로 국내 한 대기업을 꼽고 있다. 최근 현대그룹 측에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또 다른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PEF들이 가세하면서 인수전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현대그룹은 다만 인수희망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처음 계획대로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황 악화에 따른 현대상선의 대규모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현대증권 등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해 3조3000억원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마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정영효/이상은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