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지방은행 수준 추락…영업력 회복 최우선"

김한조 신임 외환은행장은 21일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된 외환은행 내부의 '반(反) 하나금융 정서'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김 행장은 이날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의 가족이 된 지 2년이 넘었다"며 "정서적인 반대 분위기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와 기자 간담회에서 '하나금융 가족'이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은행장 낙점 배경도 하나·외환은행 시너지 창출의 적임자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도 진솔하게 머리를 맞대면 (갈등이) 잘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행장은 하나금융 내 계열사, 특히 하나은행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금융 가족이 됨으로써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며 "한가족이라는 인식을 높이도록 직원 간 공동 행사와 연수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외환 시너지 창출의 첫걸음으로 거론되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행장은 "(외환카드 분할 인·허가를 위해) 금융당국과 계속 접촉 중이나, 시간이 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애초 이달 말로 예정했던 카드사업 분할 기일을 5월 말로 두 달 연기했다.

취임 일성으로는 외환은행의 쇠퇴한 영업력과 급락한 수익성의 회복을 제시했다.

김 행장은 "영업력 회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포트폴리오(자산 배분)를 조정해 중소기업과 소호(SOHO·자영업) 고객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자산 배분이 다른 은행과 비교해 대기업에 치우친 탓에 수익성을 높이고 고객 기반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김 행장은 "연간 1조원씩 나던 이익이 지금은 ⅓로, 일부 지방은행 수준까지 급락했다"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외환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2012년 6천552억원에서 지난해 3천604억원으로 45.0% 줄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28%에서 4.02%로 급락했다.

그는 "32년의 은행 생활 경험상 영업력 회복에 일선 영업점 직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영업 부문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김 행장은 내부 소통과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20년 이상 근무 경력을 가진 부·점장급 '고참 직원'의 역할이 매우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점장은 외환은행과 후배 직원의 미래를 가장 먼저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경쟁력 있는 직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할 책임이 있다"며 '성과 향상과 후배 직원 육성에 상응하는 인사'를 다짐했다.

1982년 은행에 들어온 김 행장은 2000년 퇴임한 이갑현 전 행장 이후 14년 만의 외환은행 내부 출신 행장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