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규제개혁 경쟁] 英, 규제 하나 만들면 두개 철폐…호주 '기업 발목' 탄소세 폐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규제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도한 규제를 푸는 것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규제 전면 재검토”

미국 백악관은 500여개의 규제를 재검토해 폐지 여부를 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12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의 MAPI(생산성과 혁신을 위한 제조업연맹)가 작년 말 내놓은 ‘제조업의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엔 연평균 36건의 대형 규제(규제 준수비용 연간 1억달러 이상)가 만들어졌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는 45개, 오바마 정부 들어선 75건으로 증가했다. 가솔린의 유황 함유량 4년 내 70% 감축,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오바마 행정부 4년간 규제 부담이 700억달러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재계에서 ‘규제 대통령’이라고 비난받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 초 연방정부의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직시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네 번째 화살’

일본에서는 ‘규제 개혁’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네 번째 화살’로 불릴 정도다. 아무리 돈을 풀더라도 규제라는 덫에 발목이 잡히면 아베노믹스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경직된 고용 시장부터 손질에 들어갔다. 업무에 따라 파견사원 고용 기간을 구분하는 제도를 없애고, 업무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고용 기간 제한 규정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원할 경우 사실상 거의 모든 업무에 무기한으로 파견사원을 고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국가전략특구를 ‘규제개혁 시범단지’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민간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농업생산법인에 투자할 때 적용되는 출자 비율 제한 규정을 국가전략특구에 한해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지역 의료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일본 면허가 없는 외국인 의사의 특구 내 의료활동을 허용하고, 병상 개수 규제도 걷어내기로 했다. 특구 내 의대 설립도 권장할 방침이다.

◆규제 도입시 기존 규제 폐지

영국 정부는 2010년 9월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풀어 규제총량을 유지하는 ‘원 인 원 아웃(One-in, One-out)’ 제도를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내놓은 규제총량제의 모델이 된 제도다. 지난해 1월부터는 규제 하나를 만들면 두 개를 폐지하는 ‘원 인 투 아웃(One-in, Two-out)’ 제도를 도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3000개 이상의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없애 연간 8억500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까지 환경 및 식품, 지역 경제 분야에서만 8만페이지 분량의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탄소세를 올 7월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2012년 도입됐지만 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경제에도 타격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토니 애벗 총리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콴타스항공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관타스 항공 뒤에 있는 탄소세라는 족쇄를 영원히 풀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해 “전체 종업원의 20%를 최대 3년까지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종업원으로 채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도쿄=안재석 특파원/양준영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