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대, 중소 車부품업계에 직격탄"
경기 평택에 있는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업체인 A사는 올해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근로자 800명의 연간 인건비 추가 부담이 40억원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작년 영업이익(80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품의 특성상 한 차종마다 30억원씩 설비투자를 해야 하며, 매년 5개 신차 부품 생산을 위해 은행에서 150억원의 대출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통상임금까지 확대되면 경영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덴소, 델파이 등 글로벌 부품사들이 국내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수주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 증가는 결국 국내 차 부품사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지적이다.

19일 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요건으로 ‘1임금 지급기(1개월)’를 명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기업 생존 위협

대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부품업체들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해 ‘인건비 부담 급증→연구개발(R&D) 투자 위축→기업 경쟁력 악화’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월별로 적게는 25만대, 많게는 40만대까지 증가하는 등 대외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며 “연장·휴일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중소부품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 시 국내 1차 협력업체 532개사의 인건비는 매년 5914억원(9.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협회의 김성익 상무는 “7000~8000개로 추정되는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인건비 부담액은 3~4배에 달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고용감소는 1만~2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부품사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1차 협력사 27개, 2차 협력사 380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2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자금 부담으로 적지 않은 업체들이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개정해야”

부품업체들은 국내 공장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해외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충남 아산에서 자동차용 케이블을 생산하는 B업체 사장은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 보면 중국이 3000원, 인도가 1130원으로 한국(1만3200원)보다 훨씬 낮다”며 “현재 운영 중인 중국 공장에서 부품을 들여오고 인도에 신규 공장을 세워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고문수 전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고용부의 지침과 관례를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함께 이달 중 국회 환노위와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법 개정을 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