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본 삼성·애플의 미래 '먹거리'…삼성, 신개념 반도체·의료기…애플, 모바일SW·반도체 기술
삼성이 신개념 반도체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의료기기 투자를 늘리는 동안 미국 애플은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기술’ 확보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2007년 이후 진행한 인수합병(M&A) 사례 등을 바탕으로 가늠해본 미래 먹거리 확보 흐름이다.

삼성이 2007년 이후 지분 투자를 하거나 인수한 업체는 모두 18개다. 반도체 관련 업체가 5개로 가장 많다. 2007년 인수한 이스라엘의 트랜스칩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다. 삼성 관계자는 “트랜스칩 인수로 설계 능력을 키워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스템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2012년 스웨덴의 나노라디오와 영국 CSR의 모바일 부문 인수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 역량을 강화하면서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될 각종 기기가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인 IoT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들 업체가 갖고 있는 블루투스 등의 기술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앞으로 열릴 Io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2011년 인수한 미국 그란디스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M램을 개발하는 업체다. M램은 낸드플래시처럼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없어지지 않으면서 처리 속도도 빨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불린다.

2012~2013년 집중 투자한 5개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전부 모바일 기술과 연관돼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는 별개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을 만들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4개 업체에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전문업체인 뉴로로지카를 인수하며 의료기기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제일모직과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체인 독일 노바엘이디를 인수하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위한 소재 분야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애플이 같은 기간 M&A 및 지분 투자한 사례는 27건으로 삼성보다 많다. 투자 분야는 크게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반도체 기업 투자는 모두 7건으로 투자 목적은 AP 기술 강화와 IoT 대비로 삼성과 같다. 특히 애플은 AP 제품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AP 위탁생산에서 삼성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대체 업체를 찾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투자한 나머지 20곳은 모두 소프트웨어 업체다. 지도 분야가 7개로 가장 많다. 애플은 2012년 모바일 운영체제 iOS6 출시와 함께 자체 지도 서비스인 ‘애플 맵스’를 선보였지만 구글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에만 로케이셔너리, 브로드맵 등 4개사를 인수하며 대대적인 기술 강화에 나섰다. 지도는 애플의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카플레이’의 핵심 기능이기도 하다. 이 역시 IoT와 연관돼 있다. 애플은 이외에도 사진, 얼굴 및 음성 인식, 보안, 검색 등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 업체에 투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