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의 성향이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장시간의 청문회에도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안정을 고수하는 '매파'인지, 성장을 중시하는 '매파'인지가 아직은 안갯속에 있는 셈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09∼2012년 금융통화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할 때에는 '매파(강경파)'나 '비둘기파(온건파)'로 지칭되기보다는 중도파로 분류됐다.

그러나 당시는 부총재로서 대부분 총재의 의견을 좇았던 때인 만큼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 힘든 시절이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청문회에서 "부총재 당연직 신분과 총재 신분은 달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겠다"며 앞으로 소신을 드러낼 것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물가와 성장의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금리를 결정할 때 가계부채도 고려하지만 물가, 경기, 금융시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감안하다" 등 균형감을 강조하면서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지 않았다.

정책 목표가 충돌할 때의 자세를 묻는 질문에도 "정부나 한국은행이나 주어진 책무가 있고 모두 국가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는 게 목적"이라며 "정책 효율성 높이려면 양 정책의 조화가 필요한 것도 맞지만 중립성을 지키는 범위에서 정부에도 협조해 최적의 조합을 찾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대해서도 "선별해서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특별한 색깔을 나타내기보다는 경제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중도파적 성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상당히 신중하게 이야기하면서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며 "다만 사전질의서 내용과 비교해보면 (통화) 완화 쪽 기대는 많이 접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성향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중도에 가깝다고 본다"며 "낮은 물가가 걱정이긴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아니라는 생각,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 중요하지만 통화정책적 대응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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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고유선 기자 evan@yna.co.kr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