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동대문 상표가 해외에서 도용당하는 데는 상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재환 동대문수출지원센터장은 “자기 브랜드를 지키려 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연히 상표권 등록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수출지원센터에서는 해외 상표권 등록을 원하는 상인이 희망하면 현지 에이전트를 연결해 등록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신청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카피와 상표 도용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도매상들의 무관심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이후 중국인 사이에 한류 열풍까지 불면서 한국 패션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동대문에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동대문에 왔다가 괜찮은 브랜드가 있으면 특허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등록된 브랜드인지 먼저 조회해보고 등록이 안 돼 있으면 현지에서 상표를 등록해왔다.

특허법인 ‘필앤온지’의 김재혜 변리사는 “지금까지 중국 상표법은 중국 내에서 상표를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며 “5월1일부터 개정 시행되는 중국 상표법에서는 거래관계와 폭넓은 인지도를 입증하면 심사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그나마 한국 상인이 대항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관계 없이 단순 도용한 상표는 개정 상표법 아래서도 보호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대문 상권에서 30여년간 의류 도소매 사업을 해온 유정열 사장은 “동대문 도매상가가 샘플룸으로 전락할 처지에 와 있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패션산업에 손을 놓고 있다”며 “상가 대표들의 협의체인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등이 여는 포럼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만큼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성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는 별도로 동대문 도매상가 상인들도 스스로 자기의 권리를 지키려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이현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