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상이변과 신흥국 수요 증가 등으로 ‘푸드 인플레이션(식료품 물가급등)’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뭄, 전염병, 수요 증가 등으로 커피, 오렌지주스, 밀, 설탕, 우유, 버터, 코코아, 돼지고기 등 아침으로 주로 먹는 8개 상품의 가격이 올 들어 평균 25% 상승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식탁에 '푸드 인플레' 덮치나

○브라질 가뭄에 커피 70% 폭등

식품별로는 커피가격이 브라질 가뭄 탓에 작년 말 대비 70% 이상 치솟았다. 미국에서 유행성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 가격도 40% 이상 올랐다. 밀은 미국의 한파에 이어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10% 넘게 상승했다. 유제품 가격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수요가 늘면서 우유와 버터 가격은 각각 20%, 17% 올랐다.

이날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월간 물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식품 소매가격은 올 들어 3.5% 상승했다. 최근 3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압돌레자 아바시안 이코노미스트는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오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오름세에 가속이 붙고 있다. FT는 “지난 1월 석유, 구리 등 산업용 원자재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식품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헤지펀드 등이 투자를 늘렸다”며 “금융 투기자들의 식품 관련 상품 매수세는 4년반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태평양 수면 온도 상승에 의해 발생하는 ‘엘니뇨’ 탓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나 에너지, 식품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한국 식탁물가는 아직…

글로벌 상황과 달리 한국에선 식탁물가의 오름세가 아직까지는 크지 않은 편이다. 본지가 이마트에 의뢰해 한국인이 즐겨 먹는 12개 식품의 올해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평균 상승률은 1% 수준이었다.

밀가루 설탕 오렌지주스 우유 두부 베이컨 등은 변동이 없었다. 돼지고기(34%)와 고등어(24%)의 오름폭은 컸지만 비중이 큰 쌀(-3%) 달걀(-3%) 커피믹스(-1%) 등이 떨어져 전체적으론 큰 영향이 없었다. 베이컨(1%)의 상승폭도 미미했다.

하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식품가격의 오름세가 국내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는 만큼 앞으로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밀가루의 국내 가격은 지난해 10~11월의 국제가격이 반영된 것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등한 것은 오는 5~6월께 국내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엘니뇨

중남미 서쪽의 해수면 온도가 따뜻해지는 현상. 따뜻한 해수는 기압·기단의 배치와 공기의 이동 등을 변화시켜 동남아 등에선 극심한 가뭄이, 미국 남부 등에선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 이변이 나타난다. 주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나타나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라고 불린다.

강영연/박준동 기자 yykang@hankyung.com